中 하루 새 1885명 확진…"4월말 절정기 때 수십만명 감염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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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폭발적 확산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퍼지고 있다. 지난 27일 하루에만 중국에서 확진 환자가 1885명 늘었다. 사망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독일과 캄보디아에서도 처음으로 확진 환자가 나오는 등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사망자도 100명 넘어
일본서 2차 감염자 발생
WHO, 위험수위 상향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8일 오후 9시 기준 전국 30개 성(省)급 행정구역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는 4629명, 사망자는 106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1885명, 사망자는 26명 늘어났다. 전날 사망자는 후베이성에서 24명, 허난성에서 한 명이 나왔고 수도인 베이징에서도 처음으로 50대 남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11일 처음 발생한 이후 24일부터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확진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은 4만7833명으로, 이 중 4만4132명이 의료 관찰을 받고 있다.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춘제 연휴를 이달 30일에서 다음달 2일로 연장한 데 이어 9일로 다시 늦추고 있다. 장쑤성 정부는 이날 관내 기업이 다음달 9일 밤 12시까지 업무를 재개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상하이시 정부도 다음달 9일까지 기업들의 업무 재개를 금지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2명의 우한 폐렴 감염자가 추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중 한 명은 우한에 체류한 적이 없으며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 운전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한 폐렴 감염자가 이미 2만5000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브리엘 렁 홍콩대 의대학장은 세계 감염 수치를 토대로 수학적 모델에 따라 감염자를 추정한 결과 이미 감염된 사람은 2만5000명에 육박하며 잠복기에 있는 환자는 4만359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환자 한 명당 2.13명의 밀접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보인다”며 “감염자 수는 6.2일마다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렁 학장은 다른 전염병 사례를 참고해 절정기가 4월 말~5월 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인구가 3000만 명을 넘고 우한에 인접한 충칭시에서 대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대유행 절정기엔 충칭에서만 하루 15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의 대도시에서는 하루 2만~6만 명의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렁 학장은 우한 폐렴이 약해지는 시기를 6~7월께로 관측했다.중국 당국도 우한 폐렴의 확산 속도가 사스보다 훨씬 빠르다고 밝혔다. 펑즈젠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은 환자가 두 배로 늘어나는 기간(배증기)이 사스는 9일 정도지만, 우한 폐렴은 6~7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27일 “중국 여행을 재고하라”고 권고했다. 미국질병관리센터(CDC)는 중국 여행 주의보를 종전 2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글로벌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도 이날 자국민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 25일부터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한 데 이어 개별 관광까지 제한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선 우한뿐 아니라 중국 현지 영업을 중단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디즈니는 25일부터 상하이 디즈니리조트를 폐쇄한 데 이어 홍콩 디즈니랜드도 문을 닫기로 했다. 맥도날드는 우한과 주변 도시에서의 영업을 일시 중지했고, 스타벅스도 후베이성의 모든 매장 문을 닫고 배달 서비스를 중단했다. KFC와 피자헛 역시 우한 매장을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다.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은 직원들에게 춘제(설) 연휴가 끝난 이후에도 당분간 재택근무할 것을 지시했다. 집에 일할 수 있는 컴퓨터 장비가 없는 직원에겐 부서장에게 알려 휴가를 신청하라는 권고도 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긴급 업무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에게 재택근무를 할 것을 명령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