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원도 고객도 "노터치"…마스크 뒤덮은 명동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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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공포 속 명동 면세점 풍경보건복지부가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한 이튿날인 28일 오전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면세점 안은 겉옷이 필요 없을 만큼 후덥지근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
▽ 실내서도 마스크 기자에 "노 터치"
▽ 면세점 직원·고객 모두 마스크 착용
▽ "모두 마스크 쓴 풍경…심각한 수준 느껴져"
중국 톈진에서 남자친구와 관광 온 왕메이뉘씨(가명·25세) 역시 마스크를 낀 상태였다. 왕 씨는 "덥지만 실내에서도 마스크도 끼고 다닌다"며 "비치된 손소독제로 수시로 손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기기자가 수첩과 펜을 내밀자 "노 터치(No Touch)"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손을 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속 면세점들이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면세점에서 만난 사람들은 직원 뿐 아니라 고객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챙긴 모습이었다.
중국 선양의 관광객 조화란씨(가명·28)는 "모두가 마스크를 쓴 풍경에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느껴진다"며 "내일은 강남을 방문할 예정인데 사람이 많은 곳이란 얘기에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내국인 고객들은 대다수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를 챙긴 분위기였다. 일회용 마스크 뿐 아니라 필터를 교체할 수 있는 다회용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다음달 유럽 여행을 앞두고 가방을 구입하러 온 직장인 전수하씨(가명·28세)는 "평소에 중국인에 대해 호감이 있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전 씨는 "면세점 내 대다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감염의 전혀 없는 건 아니지 않냐"고 되물었다.
면세점 업계는 우한 폐렴 확산에 일제히 비상 대응에 나섰다. 주요 고객이 따이궁(보따리상)을 비롯한 중국인인 만큼 면세점 현장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장 소독을 한층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4일 비상대책위원회 가동 조치에 따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매일 발열 체크를 의무화했다. 매장에서는 매장 및 인도장 근무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장 및 인도장 주 2회 방재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매장 내 손소독제 배치를 확대하고 고객 마스크 지급 등도 진행한다.신라면세점 역시 지난 27일부터 '우한 폐렴' 관련 비상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협력사 직원을 포함한 임직원에게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주 1회 이상 전문 방역을 하는 동시에 영업장 자체적으로도 하루에 1번 이상 소독을 하기로 했다. 영업장 직원 출입구에는 발열 여부를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를 가동한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고객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달 29일에는 전문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면세점 업계는 '우한 폐렴' 확산 추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따이궁(중국인 보따리상)이 큰 손인 만큼 실적에 악영향이 덜할 가능성이 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타격을 입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기준 4명의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눠진다.
오정민/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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