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공포에 백화점·면세점·관광지 전전긍긍

매장마다 마스크 착용 기본…식품 판매장 시식 행사도 금지
관광지 해운대, 중국 관광객 향한 과도한 경계심 드러내기도
김해공항도 직원·여행객 모두 말 아낀 채 바짝 긴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특히 중국인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나 백화점, 면세점, 공항 등지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지역 백화점과 면세점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장 전 직원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영업에 나섰고, 직원 출입구에 발열 측정기를 설치해 발열 징후가 보이는 근무자를 사전에 차단했다.코, 입 등을 통해 전염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특성상 식품 판매장 시식 행사도 금지했다.

안내대나 계산대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고객 요청이 있으면 마스크도 지급한다.

매장 내부는 주 2회 소독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확진 환자와 유증상자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중국인을 향한 과도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모습도 보인다.

설 연휴 부산 해운대 한 백화점을 방문한 김모(31) 씨는 "명품 매장에 줄을 섰는데 중국말이 들려서 바로 자리를 옮겼다"며 "면세점 입구에서 중국인으로 보이는 단체 관광객이 우르르 나오는 모습을 보고 먼저 자리를 피했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관광지와 호텔 중심으로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한 홍보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재난관리기금을 활용해 관광지에 비치할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을 사는 방안을 논의했고, 담당 부서별로 예방수칙 홍보 활동에 나선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설 연휴 중국인이 많이 오는 동백섬에 산책하러 가기 두렵다는 문의 전화가 왔다"라면서 "KF80 같은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답변했는데 신종코로나에 대한 주민 걱정도 큰 것 같다"고 밝혔다.

중국 직항 노선이 10개인 부산 김해공항도 우한 폐렴 공포가 가득했다.

중국 우한은 물론 베이징까지 사망자가 나오는 등 감염자가 갈수록 늘자 공항 이용객의 얼굴엔 바짝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국장 승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쓰고 말조차 아꼈고, 행여 기침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공항 직원과 항공사 직원 등 공항 상주 인력도 모두 필수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승객을 응대하고 있다.
필리핀 세부로 가족 여행을 다녀온 김모(41) 씨는 "가족 모두 마스크를 끼고 빨리 공항을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1월 23일 국제선 청사 전체를 소독했고 화장실, 카트, 의자, 유아 휴게실은 수시로 소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항공사 측은 질병관리본부가 우한 폐렴 감시 대상 오염지역을 우한이 아닌 중국 본토 전체로 변경함에 따라 이날 오전 0시부터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중국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인의 한국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이 게시된 지 6일 만에 53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대만, 홍콩 정부는 중국인 관광객 입국을 전면 금지한 상태지만 우리 정부는 입국 금지를 통한 전염병 차단 효과에 실효성이 없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28일 0시 현재 밝힌 우한 폐렴 확진자는 4천515명, 사망자는 106명이다.우리나라 우한 폐렴 확진자는 4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