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안철수가 보낸 비대위 '최후통첩' 거절…바른미래당 이렇게 갈라서나

앞서 진행된 회동에서도 간극 못 좁혀
안철수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
주승용 비롯한 당권파 의원들 중재 나설 듯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으로부터 지도부 교체 요구를 받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제안을 거절했다. 안 전 의원의 행보는 신당 창당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모양새다.

손 대표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미래 세대에게 당을 맡기자"라며 "안 전 의원과 함께 손을 잡고, 미래세대로의 교체를 위해 몸을 바치자고 제안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이어 "미래세대를 주역으로 내세우고, 안철수와 손학규가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자"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이 제시했던 △비대위 전환 후 자신에게 비대위원장 위임 △전 당원 투표로 비대위원장을 선출 △손 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묻자고 한 안 전 의원의 당 재건 방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손 대표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를 하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 연수 갔다가 돌아와서 1995년 정치에 복귀하면서 '백의종군'으로 조순 서울시장을 당선시켰다"면서 "김 전 대통령은 '헌신의 리더십'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라고 말했다.아울러 "지금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을 살리는 길은 헌신의 리더십"이라며 "이는 안 전 의원에게도 해당하는 정치 리더의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가 안 전 의원에게 기대했던 것은 당의 미래에 대해 같이 걱정하고 힘을 합칠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자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그런 것은 없이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위원장을 자기가 맡겠다는 것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전 의원이 27일 당 대표실로 자신을 찾아온 것을 두고도 "당 대표실로 와서 만난다는 게 정치적인 예의 차원인 것으로 생각했지, 많은 기자·카메라를 불러놓고 제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최후통첩'이 되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라며 "개인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는 듯 말이다"라고도 비판했다.그는 "안 전 의원의 제안은 과거 '유승민계'나 안 전 의원의 측근들이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라면서 "그들도 나를 내쫓으려 하면서 전당대회, 전 당원 투표, 재신임 투표 등을 말했다"라며 "왜 지도체제 개편을 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 대표가 안 전 의원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손 대표와 안 전 의원의 동행도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날 진행됐던 안 전 의원과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 간의 회동에서도 의견 차이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 사항은 나오지 않았다.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은 "일 년 반 만에 뵙고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보람됐던 일도 있었고 어려웠던 일들을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며 "대화의 장을 통해서 그런(달랐던) 생각들을 하나씩 맞춰가는 시간이었던 걸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전했다.이어 "오늘 점심때 의원모임이 있어서 그전까지 답을 주시면 그 내용을 가지고 의원님들과 의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며 "아직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안철수계 의원들과 당권파 사이의 간극이 존재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바른미래당 당권파인 주승용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를 비롯해서 김동철 의원 등이 '제2의 유승민 당이 만들어지는 건 안 좋을 것 같다'고 했다"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례대표 문제가 있고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당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당 분열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8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