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철학과 아우라, 현대미술로 재탄생

DDP서 '커넥트 BTS'展 열려
얀센스·강이연 작품 등 소개
전시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희뿌연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는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서 앞선 사람들의 발자취를 연결해 따라가야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설치작품 ‘그린, 옐로, 핑크’에서 경험하게 되는 풍경이다.
28일 서울 DDP에서 개막한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를 찾은 한 관람객이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 ‘로즈’를 살펴보고 있다. /서예진 한경텐아시아 기자 yejin@hankyung.com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가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지난 14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첫 전시 이후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서울에서 네 번째 전시가 시작됐다.‘커넥트 BTS’는 ‘다양성에 대한 긍정’ ‘연결’ ‘소통’ 등 방탄소년단의 노랫말 속에서 강조해온 철학과 메시지를 현대미술 언어로 확장한 작품을 세계 5개국에서 석 달 동안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이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안토니 곰리, 제이콥 스틴슨, 슈테파니 로젠탈, 벤 비커스 등 현대미술 작가 22명과 큐레이터들이 참여했다.

서울 전시는 얀센스의 대규모 공간 설치작품과 한국 작가 강이연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전시 섹션으로 구성됐다. 전시장 중앙에 들어서면 얀센스의 작품인 ‘그린, 옐로, 핑크’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개가 가득한 공간에서 빛과 색채가 어우러진 비정형의 조각적 형태와 질감을 부여해 명상적이고 시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낮과 밤이 경계를 맞대고 교차하는 순간 같은 극적 공간에서 방탄소년단의 창작 정신과 만나는 느낌을 전달한다. 얀센스는 “안개는 빛의 물질성과 촉각성을 제공하는 등 사람의 시선과 상반되는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실험들을 방문객이 흥미롭게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카이브 섹션에선 방탄소년단의 안무와 퍼포먼스를 재해석한 영상을 어두운 공간 전체에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 작업인 ‘비욘드 더 씬’이 눈길을 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강 작가의 작품이다. 방탄소년단의 몸짓들이 팬클럽 아미와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강 작가는 “작업을 위해 다양한 인종과 성별, 나이를 가진 아미 15명을 만났다”며 “이들과 대화하며 방탄소년단의 진솔하고 꾸밈없는 메시지가 인종과 국가, 언어를 초월해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연결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이번 전시 프로젝트의 마지막인 미국 전시는 다음달 5일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피어3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조각가 곰리가 참여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