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우한 폐렴 확산, Fed의 금리 인하 기대 커진다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 급속히 확산되며 뉴욕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산되면서 미·중 무역합의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꺾을 수도 있다는 우려 탓입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453.93포인트(1.57%) 급락한 28535.80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작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오전 한 때 549포인트까지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8%, 나스닥은 1.89%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은 지난 8월 이후 최대 하락폭입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도 10년물 국채가 작년 10월 이후 처음 연 1.6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또 2년물과 5년물 금리가 역전되는 등 다시 침체에 대한 공포가 살아났습니다.
통상 바이러스의 확산 단계를 초기(감염자 증가+금융시장 부정적 반응), 중(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며 사망자 급증+금융시장 패닉), 말기(백신 발견, 날씨 변화 등으로 전염 감소+경제 활동 재개) 등 3단계로 나눈다면 현재는 2단계 초기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2단계의 기간이 얼마나 길어질까 하는 것이죠.
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0~14일로 과거 사스(2~7일)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감염증상이 없는 사람을 통해서도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사스 때 국내총생산(GDP)의 1%포인트가 감소했던 중국은 이번에는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2003년 당시보다 소비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월가는 이번 사태가 길어도 1~3개월내로 마무리되고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경제의 펀더멘털에까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과거 전염병이 확산됐을 때도 그랬습니다. UBS는 이날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확산될 지 여전히 경계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경기와 위험자산에 미치는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 1~3개월 사이 글로벌 금융 시장은 하락, 혹은 조정을 거칠 수 밖에 없습니다. 얼마나 큰 조정을 겪게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얼마나 강하고, 치사율이 높을 지, 또 어디까지 번져 나갈 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정말 '세기의 전염병'으로 커지면서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전체를 냉각시킬 가능성도 얼마든 있습니다.

사스, 지카, 조류독감, 에볼라 등 통상적 바이러스의 확산 경로와 비슷하게 진행된다면 월가는 미국의 주가가 6~13%, 심각할 경우 20%까지 조정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사스 사태가 본격화됐던 2003년 3~4월 한달동안 MSCI 중국 지수는 8.6%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염자가 줄어들자 4월 이후 한달 간 14.7% 올랐고 3개월간은 30.9% 상승했습니다. (일부에선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안전자산인 금, 엔,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신흥국 통화들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원유, 구리 등 상품 가격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우한 폐렴 확산 사태에서 긍정적 부분을 찾는 투자자들도 꽤 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기다리던 뉴욕 증시의 조정이 시작됐다"며 "다른 쉽게 풀리지 않을 지정학적 요인보다는 단기에 그칠 바이러스 확산으로 조정을 받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지난 10월 이후 조정 한번 받지 않고 약 11% 상승했습니다.

그는 또 "시장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대신 인하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월가에선 시장이 20% 이상 급락할 경우 Fed가 나서서 금리를 내릴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향후 한 두달 가량은 차분히 시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