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뿔이 흩어진 안철수계…창당 깃발든 안철수 아래 다시 모일까

안철수 탈당 선언…"바른미래당 재건 꿈 접었다"
혁통위 참여 중인 김근식, 김영환·문병호에 러브콜
안철수 신당과 혁통위 신당 갈림길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탈당을 선언한 뒤 괴로운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계로 불렸던 인사들이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의 깃발 아래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될지 주목된다.

안 전 의원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저는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라며 바른미래당 탈당과 함께 중도실용정당 창당을 선언했다.이날 자리에서 안 전 의원은 "2년 전 저는 거대양당의 낡은 기득권 정치를 넘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으로 정치를 한 발짝 더 미래로 옮겨보자는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라며 "저는 지난 지방선거 때도 제 온몸을 다 바쳐 당을 살리고자 헌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실용적 중도정당이 성공적으로 만들어지고 합리적 개혁을 추구해 나간다면 수십 년 한국 사회 불공정과 기득권도 혁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저는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하여 그러한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안 전 의원의 행보에 과거 안철수계로 활동했던 이들이 다시 모일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다만 그 행보가 안 전 의원의 신당 참여일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중도보수 통합신당 참여일지 의견이 분분한 모양새다.현재까지 과거 안철수계로 활동했던 이들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활동에 매진하며 '중도보수 빅텐트'에 힘을 쏟고 있다. 최측근으로도 불렸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이날 박형준 혁통위원장과 함께 또 다른 안철수계 인사들인 김영환 전 국민의당 사무총장과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을 만났다.

김 교수는 "저는 혁통위 자격으로 둘을 통합 열차에 합류하도록 모시러 왔다"라며 "두 분은 국민의당 전신을 그대로 갖고 계신 중도 정치의 산증인이다. 두 분이 합류해주시면 혁통위가 추진하는 통합신당이 천군만마를 얻는 것"이라고 전했다.이어 "안 전 의원도 결국 뜻을 같이해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인내심을 갖고 통합신당으로 모시려 노력하고 있다"라며 "심사숙고해서 합류한다면 통합신당 출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분 결단에 따라 훨씬 많은 분이 함께 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사무총장과 문 전 최고위원 역시 김 교수의 제안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사무총장은 "참 고민이 많고 어려운 자리에 섰다. 다른 길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당의 독주를 막고 균형과 견제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 야당 승리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아울러 "통합신당은 보수통합을 넘어 합리적 중도세력을 포함하는 좀 더 광범위한 통합정당이 돼야 한다"며 "보수통합이란 말 자체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로 분열돼 사생결단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당이 보수도 아니고 민주당이 진보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문 전 최고위원은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심판과 혁신"이라며 "혁신은 다른 말로 전진이다. 우리 정치와 대한민국에 필요하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통합신당에는 심판만 있지 혁신과 전진의 가치가 빠져있어 국민 호응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며 "국민들이 봤을 때 심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그 얘기를 하니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또 다른 안철수계 의원인 권은희·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우선 안 전 의원 신당 창당 행보에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문병호 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김영환 전 국민의당 사무총장이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왼쪽부터) 등을 만난 뒤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