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우 vs 김기현 경선 격돌…한국당 최대 '빅매치' 되나

3선 광역시장 대 3선 국회의원 출신 맞붙어…'하명수사' 영향 주목
4·15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울산 남구을 선거구가 최대 '빅매치' 경선 지역으로 부상했다. 자유한국당 3선 울산시장 출신 박맹우 현 국회의원과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현 전 울산시장 간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선이 사실상 남구을 지역구 총선의 본선 게임과 다름 없는 승부가 아니겠냐는 지역 정가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9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맹우 현 국회의원 지역구인 남구을에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자유 우파의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당 소속으로 남구을 선거구에 공천을 신청하려 한다"고 했다.

김 전 시장은 남구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구을은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한 정치적 고향"이라며 "보수정치가 국민 신뢰를 잃고 추락한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직 나라와 울산, 국민과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저 나름의 각오와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의 출마 선언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총선 출마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이상 현역인 박 의원과 김 전 시장 간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걸린 공천 경쟁을 불가피하다.
김 전 시장은 2004년 남구을에서 제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4년 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고,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로 3선의 영광을 안았다.

김 전 시장은 이후 국회의원 임기 4년을 모두 채우지 않고 2년 뒤인 2014년 울산시장 후보로 6·4지방선거에 도전해 광역자치단체장에 당선됐다. 그는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 송철호 변호사(현 시장)에게 져 낙선했다.

그러나 지난 울산시장 선거 과정에서 김 전 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현재 김 전 시장은 사실상 이 사건 최대 피해자로 여겨지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 등을 대상으로 계속 수사를 벌이고 있고, 송 시장을 비롯한 전현직 울산시 공무원 7명이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만큼 앞으로 이번 사건 여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전 시장이 2014년 울산시장에 당선되기 전 울산시장 자리는 3선 시장인 박 의원이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박 의원은 당시 3선 국회의원인 김 전 시장이 그해 6·4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 선거에 도전한다고 하자 자신이 공석이 되는 김 전 시장 지역구인 남구을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그는 7·30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시장 임기 3개월을 앞두고 사퇴했고, 김 전 시장 지역구에 처음 출마해 여의도 국회로 당당히 입성했다.

박 의원이 김 전 시장에게, 김 전 시장이 박 의원에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자리를 넘겨주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박 의원은 2016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올해 총선에서 또다시 3선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국회의원과 시장 자리를 서로 바꾼 지 6년이 흐른 2020년 정치 구도는 크게 달라졌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았다.

두 전직 시장이기도 한 이들이 정치를 시작한 정치 고향인 남구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본선도 아닌 공천 경쟁에서부터 치열한 승부를 봐야 하는 냉혹한 운명에 놓였다.

박 의원은 30일 김 전 시장이 자신의 지역구 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김 전 시장은 자신이 생각할 때 (남구을이) 편안한 지역구라고 생각하고 출마하는 것은 당에도 해롭고 정치적 도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명분이 없는 데다가 당에 힘 보태기 위해서는 당 중진으로 험지에 출마해 의원 자리 한 석을 보태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