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클로젯' 김남길 "제작자 하정우? 밥값 걱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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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젯' 경훈 역 배우 김남길"공포 영화를 보지 못해요."
"사라진 아이, 나만 찾을 수 있다"
미스터리한 사나이 연기
무서운 영화를 보지 못한다는 김남길이 오컬트 호러 영화에 출연했다. 그것도 귀신들을 때려잡는 퇴마사 역이다. 지난해 방송된 SBS '열혈사제'로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거머쥔 후 첫 행보인 영화 '클로젯' 개봉을 앞둔 김남길은 "흥행은 제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초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클로젯'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 상원(하정우)이 그의 딸 이나(허율)과 관계 회복을 위해 이사한 새 집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실종사건을 다룬다.
김남길은 사라진 이나의 흔적을 쫓는 퇴마사 경훈 역을 맡았다. 10년간 실종된 아이를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경훈은 상원과 함께 이나가 사라진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 '무뢰한', '해적:바다로 간 산적', '살인자의 기억법' 등과 KBS 2TV '상어', SBS '열혈사제' 등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김남길은 '클로젯'으로 생애 첫 공포물에 도전장을 냈다.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본인 특유의 매력을 캐릭터에 투영시킨 김남길은 경훈의 상반된 분위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클로젯'은 배우 하정우가 주연 배우 뿐 아니라 제작자로도 참여한 작품. 김남길 캐스팅 역시 하정우가 직접 나서 이뤄졌다. 영화계에서도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던 김남길이지만 하정우와 한 작품에 출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극중 하정우와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김남길은 "친한 관계라도 작품을 같이 하면서 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정우 형은 정말 좋았다"며 "특히 전체를 보는 균형감각이 정말 좋았다"면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 무서운 영화를 못보는데 '클로젯'은 어떻게 하게 된건가.그래서 출연을 결정하기 전 고민을 했는데, 이전에 호러 영화만 작업했던 분들께 얘길 들으니 "찍을 땐 재밌다"고 하더라. 촬영할 땐 내용을 모두 알고 찍으니까, 진짜 무서운 건 없었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몇몇 놀래키는 장면이 있는데 억지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이었다. "놀라면서 찝찝한 기분을 느끼게 하지 말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꼭 필요한 장면만 들어간 거 같다.
▲ 많은 작품 중에 '클로젯'을 택한 이유가 있다면?
장르가 신선했다. 오컬트, 호러를 제가 할 거라 생각 못했다. 일단 제가 잘 못보니, 그걸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도 몰랐고. 다만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는데, 그때 정우 형과 (윤)종빈 감독에게 연락이 왔다. "술자리에서 '다양한 소재가 나와야 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이런 걸 해봐야 하지 않겠냐"라는 말을 하더라. 그렇게까지 하는데 "꺼져"라고 할 수 없어서 하게 됐다.(웃음)▲ 귀신을 무서워 하는 편인가.
(귀신의 존재를) 믿는게 있다. 귀신 얘기하는게 재밌기도 하고. 미신도 믿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할 때 무서워서 계단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크게 노래부르면서 뛰어 갔다. 머리 가려우면 귀신이 머리 갖고 장난친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는 한 번도 (귀신을) 보진 못했다. 가위눌린다고 하는데, 그런 것도 없다. 귀신 보면 흥행한다고 해서 어떻게든 보고 싶었는데, 단 한번도 그런게 없었다. 스태프가 다 빠지고 혼자 이나 방에 남았을 때, 싸한 기분을 느꼈을 정도다.
▲ 퇴마사인데 코믹한 부분도 있다.
풀어진 느낌이 있길 바랐다. 정우 형도 그런 말을 많이 했고. 전체적인 톤 안에서 너무 튈까봐 웃긴 건 빼려 했는데 지금보니 더 확연하게 차이를 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진중함과 코믹함을 왔다갔다하는 역을 많이 하기도 했고, 이번엔 조금 줄여보자고 계획했다. 그럼에도 사람이 살면서 한 감정만 갖고 갈 수 없으니까. 심각하더라도 웃음은 나지 않나.▲ 막판엔 혼자서 퇴마 의식을 진행한다.
아무도 없으니까 과하게 연기하는 부분도 있더라. 북치고 주문을 외우는 장면에서 혼자서 너무 과하게 하다보니 나중엔 스태프들이 "신들린 줄 알았다"고 말리러 오더라. 몰입을 하다보니 확 가는 느낌이 오는 게 있더라. 그런데 감독님이 초자연적인 현상을 응징하는게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톤을 낮춰서 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좀 낮춰서 연기하게 됐다.
▲ 아동학대 소재가 오컬트 소재에 들어가 대중성을 염두해 넣은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사회 고발 영화인지, 공포물인지 나뉠 수 있을거 같다는 고민을 했다. 시나리오엔 더 강했다. 악령과 원혼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보니 원망의 감정이 필요하지 않나. 그걸 극대화 하려고 그런 장치를 넣은 건데, 줄이려고 줄인 게 이 정도인 거 같다. 개인적으론 필요한 거 같다. 오컬트나 미스터리 장르에서 봤을 법한 장면, 분위기가 있는데 어떻게 차별화 할 수 있을까 싶더라.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소재가 좁혀진 거 같다.
▲ 하정우 배우와 친분은 널리 알려졌는데 작품은 처음이었다.
현장이나 바깥이나 똑같더라. 말도 많고. 연기를 저렇게 대충해도 되나 싶고.(웃음) 정우 형의 장점은 전체를 보고 균형을 잡더라. 정말 이렇게 가도 될까 싶을 때가 있었는데, 나중에 붙여보니 그게 맞더라. 중간중간에 나오는 배우는 매 신을 강하게 연기하고, 저도 이번에 그랬는데 그런 균형을 잘 잡아줬다. 평상시에 합이 좋아도 연기할 때 틀어질 때가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 극중 "하정우에게 '신과 함께'를 봤냐"는 대사는 애드리브였나.
맞다. 그런데 정우 형이 웃지도 않고 받아치더라. 원래 그런게 더 많았다. 말도 안되는, 정우 형이 아무말 대잔치를 잘한다. 저는 얌전하다.(웃음) 감독님이 아무래도 정우 형 후배고 조심하는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서로 자제했다.
▲ 하정우, 김남길이 출연한다고 했을 때 '수다쟁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애드리브에 대한 기대감이 있긴 했다.
오해가 있다. 전 조용한게 좋다. 말 많은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 하정우가 '먹방'에 도움을 줬다고 하지 않았나. 어떻게 도움을 줬나.
그냥 맛있게 먹으라고 하더라. 디테일하게 소리를 많이 내고, 배고픈 듯이 굶고 오라는 말도 했다. 라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3번, 4번 먹으니까 느끼하더라. 먹는 걸로 깐족거리고 얄미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표현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다.
▲ 제작자 하정우는 어떻던가.
촬영 길어지고, 밥 먹는거 이런걸로 뭐라 할까 걱정했는데(웃음) 그런 게 없더라. 이전에 하정우 형과 함께 작업했던 분들이 정말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잘 나눠서 한다고 하더라. 저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하는데, 멀티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었다.
▲ 박성웅도 특별 출연한다.
연기 정말 잘하지 않나. 연기가 많이 늘었다. 어색하지 않다.(웃음) 어제도 연락을 따로 했다. "많이 늘었다. 잘했다"고 칭찬했더니, "바지 주인공 주제에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거 같다"고 하길래, "이미지 단역이"라고 맞받아 쳤다. 서로 친하니까 그런 농담도 가능한 거 같다. ▲ '대상 수상자' 아닌가.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텐데.
영화나 드라마나 모두 그런 부담감은 없다.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주변 사람들에게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만 하자" 이렇게 말한다. 사회적인 이슈나, 정책적인 문제도 있고, 여러 부분이 맞물려 화제가 되기도 하고, 외면을 받기도 하지 않나. 어떤게 정답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그저 잘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예전엔 숫자에 집착했다. (관객) 1000만이 들고, 시청률이 잘나와야 하고, 그래야 했는데 숫자적으로 말하는 것 보다는 "좋은 작품 봤다"고 만족시키는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나.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시선이 달라진 거 같다. 예전엔 성공의 기준이 달랐다. 성공을 해야 다음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성공에 대한 집착이 책임감으로 연결이 된 거 같다. 어느 정도 작품이 화제가 돼야 다음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이다보니 아예 내려놓을 순 없는 거 같다.
▲ '제5공화국'에도 나오더라. 올해 데뷔 17년이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건 크게 없다. 사람이 바뀌어도 큰 틀은 변하지 않으니까. 연기를 하면서 그게 드러나더라. 지금도 욕심이 많지만 그때와 지금의 (욕심은) 결이 달랐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다면 지금은 '연기하는 거 자체가 감사한 거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는 거 외엔 다 망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는데(웃음), 역사는 첫 번째만 기억하니까. 이젠 앙상블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 때 스스로를 자학하기도 했다. 저의 한계에 대해 인지하고, 이런 저런 것들을 겪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더라. 절망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게된 거 같다.
▲ 그러면 대상이 더 남다를 거 같은데.
그런 감흥이 별로 없었다. 상을 달라고 한게 한 건 아니지만 예전 시상식에서 "전 왜 노미네이트가 안됐어요?"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관객수가 많이 안들었다"고 하더라. 이후 관객수가 많이 들었을 때도 노미네이트가 안됐더라. "너무 대중적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땐 "상을 줘도 안받아야지" 이런 생각을 했을 때도 있었다.
이번에 상을 받은 후 동료들에게 공을 돌릴 수 있다는 건 좋더라. 전 운 좋게도 매 작품 할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연기를 하면서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용기를 준 동료들 덕분에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공을 돌릴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 올해 계획이 있다면?
최대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뭐든 하면 할수록 늘지 않나. 연기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작품을 무조건 하고 싶다. 작품을 할 때 있어서 상업적이고 잘 될 것만 하진 않는다. 제 나름대로의 명분만 있으면 한다. 관객수도 중요하지만 제가 출연할 때 즐거워야 하지 않겠나. 도연이 누나가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라고 하더라. "나도 관객수 많은 영화 하고 싶었는데 자리가 있어야 배우가 있는 것처럼, 너도 배우로서의 길을 생각해 보라"고 하더라. 그게 참 와닿았다.
▲ '클로젯'도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다. 흥행에 대해 가늠하기 어려운 작품은 맞다. 다만 흥행은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제가 잘 만들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됐다. 차기작인 정우성 형이 연출하는 '보호자'는 느와르다. 이 작품도 신선하고, 이전까지 것들과 다르다. 좋아하는 형이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배우가 연출하는 부분에 있어서 같이 뭔가 해보고 싶더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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