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에 '현장체험학습' 신청하고 등교 거부하는 학부모들

서울 영등포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정모씨(40)는 지난 29일 겨울방학이 끝났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우려돼서다. 학교에는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출석을 인정받고 있다. 정씨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가 걱정돼 담임 선생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등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우한 폐렴' 공포에 등교를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등교 거부에는 교외체험학습 제도가 이용되고 있다. 이 제도는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현장 견학이나 직업체험 등 폭넓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학교장의 사전허가를 받은 뒤 체험학습을 실시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서울교육청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최대 연속 10일까지 교외체험학습을 허용하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학교를 나오지 않고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해 출석을 인정받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지만 학교들도 사실상 눈감아주는 분위기다. 교외체험학습 내용이 시골 친척 방문이나 친척 애경사 참석, 문화 유적지 탐방 등까지 폭넓게 인정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 학교 입장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을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면 출석을 인정받으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개학 연기와 휴업, 휴교 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까지 지역사회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고, 섣부른 조치가 되레 공포심을 과도하게 조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지역의 경우 30일 기준 전체(602곳)의 83.6%인 503곳의 초등학교가 겨울방학을 마치고 개학한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