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공포에 홍콩도 마스크 동나고 일부 생필품 품귀

홍콩 정부 "마스크 공급에 전력 쏟겠다"…'짝퉁 마스크' 단속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홍콩에서도 마스크 재고가 동나고 일부 생필품에 대한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30일 홍콩 타이쿠 지역의 시티플라자 쇼핑몰 내 소비재 매장 '왓슨스'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 명의 사람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이날 왓슨스 매장은 오전 10시에야 문을 열었지만, 마스크를 사기 위한 사람들의 줄은 아침 8시 전부터 100m를 넘었다.

왓슨스 매장은 2층에 있었지만, 줄이 너무 길다 보니 계단을 지나 쇼핑몰 밖 야외까지 이어졌다.이날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의 한 화장품 가게에서 마스크를 판매하자 이를 사기 위한 줄이 무려 1㎞ 가까이 이어지기도 했다.

전날에도 생필품 체인점인 '어바우타이' 홍콩 내 매장에서 정오부터 마스크를 판매했는데, 일부 매장에서는 판매 다섯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선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줄을 섰다는 제프리 천(28) 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지난 며칠간 돌아다녔는데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며 "아침 일찍 왔지만, 내 앞에 벌써 스무 명에 이르는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고 말했다.홍콩약국총상회의 람와이만 의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홍콩 내에서 팔리는 마스크의 80%는 중국 본토에서 만들어진다"며 "우한 폐렴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수요가 엄청나 어쩔 수 없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한국, 일본 등에 문의했지만, 재고가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전했다.

홍콩대 호팍렁 교수는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해 홍콩 내 마스크 수요가 월 3억 개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홍콩 정부는 마스크 부족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하자 유통업계와 협력해 마스크 공급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홍콩 세관 당국은 시중에서 판매된 일부 마스크의 품질이 너무 조악하다는 불만이 잇따르자 '짝퉁 마스크' 판매와 중고 마스크 재판매를 막기 위해 200여 개 점포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홍콩에서 짝퉁 제품 등을 판매하면 최고 5년 징역형과 50만 홍콩달러(약 7천500만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일부 생필품은 시민들의 사재기로 인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위안랑, 헝파춘 등 홍콩 일부 지역의 마트에서는 달걀, 국수, 쌀, 생수, 냉동식품, 비누, 손 세정제, 표백제, 화장지 등의 생필품이 오후 2시도 되기 전에 모두 동나는 모습이 목격됐다.마트에 먹을거리를 사기 위해 나온 50대 청 씨는 "사재기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은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우리를 돕지 않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어 이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