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낸드 수요 올해 15%, 25%씩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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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총서 전자투표제 도입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세계 D램 시장이 15%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선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확대돼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추세는 실적 개선을 가로막을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0조5200억원, 영업이익 27조76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52.8%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스마트폰 원가 상승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반도체,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예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실적설명회)에서 “올해 D램 수요는 10%대 중반, 낸드플래시는 20%대 중후반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이 반도체 수요 증가와 삼성전자 실적 개선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삼성전자는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주들은 주총에 출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우한 쇼크'에 숨죽인 반도체 업계…"中공장 셧다운 대비 플랜B 고심"
30일 열린 올해 첫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에선 반도체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했다. 콘퍼런스콜에 참석한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임원들은 ‘업황 정상화’ ‘견조한 수요 증가’ ‘안정적 시장 환경’ 등의 표현을 쓰며 실적 개선 기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확대 추세를 언급하며 “상반기 중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삼성전자의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신중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 영향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원자재 수급, 물류 등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반도체 기업들이 ‘플랜B’(비상대책)를 마련 중이란 얘기도 나온다.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반도체 시장에 우한 폐렴이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상반기 반도체 경기 회복”
삼성전자는 이날 반도체 사업의 작년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3% 증가한 3조45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3조원 초반대 정도였던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뛰어넘었다. 반도체 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이다.
삼성전자는 “5G 이동통신 확대 영향 등으로 주요 공급처의 주문이 꾸준히 나왔다”며 “서버용 D램 수요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자 업계에선 ‘업황 반등의 신호’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현물가격이 오르는 것은 업황 정상화의 과정”이라며 “D램은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에선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 반도체 경기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G 스마트폰 출시가 본격화할 1분기 말부터 모바일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재고 정상화 시기를 ‘상반기’로 예상했다.
5G 시장 확대로 통신칩 판매 증가
통신칩,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 역시 5G 확산에 따른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5G 스마트폰 판매 확대로 통신칩과 이미지센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극자외선(EUV) 공정 기술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가 삼성전자의 모뎀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대형 고객사 확보와 관련해 올해에도 좋은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집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D램 생산라인을 이미지센서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고, 경기 평택 2기 라인과 중국 시안 2기 라인은 시장 수요에 맞춰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래 성장 사업을 위한 투자는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 생산 차질 전망
불확실성이 없어진 건 아니다. 우한 폐렴 사태가 길어지면 중국 경기 침체로 ‘반도체 큰손’인 중국 업체들의 주문이 쪼그라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화웨이, 비보 등에 메모리반도체와 통신칩, 이미지센서 등을 공급한다.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생산라인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한 폐렴 사태가 급속히 확산되면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 반도체, 가전 생산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정인설/고재연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