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비상'…인천 차이나타운에 관광객 발길 뚝

설 연휴 이후 줄어든 관광객 체감…인근 상인들 한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운데 30일 인천시 차이나타운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거리가 썰렁한 모습이다. 단체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버스들이 정차하는 한중문화회관 앞에는 이날 정오가 다 돼서야 겨우 버스 1대가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가게 문 앞에 선 종업원들이 하나둘 손님 모시기에 나섰지만, 대다수 시민은 마스크나 목도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종종걸음을 쳤다.

대형 중식당 주차관리원인 박영일(54)씨는 "점심시간인 12시에서 오후 2시까지는 근처에서 온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다"며 "식당이 250석짜린데 설이 지나고부터는 줄 서는 일도 없고 손님이 영 적어졌다"고 했다. 1만4천136㎡ 규모의 차이나타운 거리에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상점 126곳이 영업 중이다.

대형 중식당과 월병·양꼬치 등 다양한 중국식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주를 이룬다.

동남아권의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물론 식당을 주로 찾는 한국인 손님들도 발길을 돌렸다며 상인들은 울상을 지었다.
중국식 팥빵인 홍두병 가게 직원 유도훈(31)씨는 "원래 연휴가 지나면 사람이 좀 뜸해지긴 한다"면서도 "그걸 감안하더라도 우한 폐렴 이전 평일에 50만원어치를 팔았다면 지금은 하루 20만원 정도로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유씨는 이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보통 관광만 하고 식당을 찾거나 먹거리를 사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대부분인데 그게 끊기니까 매출에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천시 중구에서 관광지 길잡이와 홍보를 위해 차이나타운에 배치한 실버 인력들도 관광객들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거리를 누볐다. 종종 눈에 띄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거리를 스쳐 지나갈 뿐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거나 흥정하는 모습은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홍순모(80) 중구 노인인력개발센터 소속 관광 홍보단원은 "여길 찾는 관광객은 중국인이 가장 많은데 우한 폐렴 이후 들어오질 않다 보니까 관광객 발길이 뚝 끊어졌다"며 "여기서 밥 벌어 먹고사는 사람들이 지장이 많다"고 손을 내저었다.
차이나타운 인근에 있는 인천의 대표적 관광지인 월미도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텅 빈 문화의 거리에 바지락칼국수나 조개구이를 파는 대형 식당들은 모두 '개점 휴업' 상태였다.

형형색색의 간판을 내건 카페와 오락실도 손님 하나 없이 조용했다.

간혹 눈에 띄는 것은 인근 가게 관계자이거나 개별로 한국을 찾은 가족 단위 관광객뿐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이날 싱가포르에서 입국했다는 성닝(Sheng Ning·19)양은 "오전이어서 거리에 사람이 없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며 "우한 폐렴 때문에 다 같이 마스크를 사서 썼는데 여전히 감염 위험성은 있어 좀 무섭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우한 폐렴 확진을 받은 환자는 모두 4명이다.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로 이들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돼 확진된 2차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