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부총재보, 한달 넘게 비어둔 까닭은?

한은은 ‘한은사(韓銀寺)’로 통할 만큼 조용한 곳이다. 주요 경제 현안에 깊이 개입하는 경우가 없고 매번 비슷한 통계자료 작성에 열중한다. 한은 임직원들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전직 한은 임원은 "매일, 매달, 매년 비슷한 주제로 보고서와 자료를 작성하는 일이다 보니 지루하고 따분하다"며 "그래서 몇 안되는 이벤트인 '정기인사'에 한은 임직원들의 관심이 유독 관심이 높고 사내 활기도 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한은 인사 체계는 임원과 국장(1급), 부장(2급), 과장(3급) 등으로 구성되고 임원은 총재(1명)와 감사(1명), 부총재(1명), 부총재보(5명) 등 총 8명이다. 이번 정기인사는 임원을 제외한 국장(1급)급 이하 인사만 진행됐다. 신호순 한은 전 부총재보가 지난달 19일 한국증권금융 상임이사(부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석으로 남은 부총재보 한자리는 결정되지 않았다. 통상 부총재보 인사가 먼저 나고 그 다음 정기인사를 진행하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부총배보 인사를 건너뛴 채 1급 이하 정기인사만 진행됐다. 한은 부총재보 자리는 청와대 인사검증 절차를 밟는다. 인사검증은 지난달 말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년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이를 놓고 "최근 총선과 검찰의 청와대 수사 등이 겹치면서 검증이 늦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한국도로공사 사장,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등 주요 공공기관장이 사표를 내면서 업무 빈틈이 부각되는 가운데 기존 인사의 인선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총선 등으로 빚어진 국정 공백이 한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