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국제비상사태 선포되면 신종코로나 방역에 글로벌 총력전

선포 초읽기 관측…국제공조·의료지원 확대 속 여행·교역 제한
오늘 긴급위원회…돼지독감·야행성 소아마비·에볼라·지카 등 5차례 전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긴급위원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이에 따라 역대 6번째 국제 비상사태가 선언될지에 지구촌의 이목이 쏠린다.
앞서 WHO는 지난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긴급 위원회를 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국제적인 비상사태로 규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식 명칭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인 국제 비상사태는 2005년 정비된 WHO의 국제보건규정(IHR)에 따라 질병이 국제적으로 퍼져서 다른 나라의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될 때 선포된다.상황이 심각하고 이례적이며, 예기치 못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첫 감염 발생 국가 이외의 공중 보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즉각 국제적 조치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인정돼야 한다.

WHO는 그동안 경제적인 위험과 관광업 등 산업에 미치는 타격 등을 심사숙고해 극히 드물게 PHEIC를 선포해 왔다.

2000년대 초반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를 강타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조류 독감(H5N1) 등 지구촌을 휩쓴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PHEIC 제도를 도입한 WHO는 그간 5차례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멕시코에서 시작돼 2만8천여 명의 사망자를 낸 2009년 돼지독감(H1N1)을 시작으로, 2014년 파키스탄 등을 휩쓴 야생형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해 1만1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에볼라에 PHEIC가 선포됐다.

소두증을 유발하며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 확산한 지카 바이러스(2016년), 2천200명이 희생된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2018년)가 뒤를 이었다.

WHO의 국제적 비상사태는 1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긴급 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내면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이를 토대로 최종 선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바 있어,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역대 6번째로 PHEIC가 선포되면 국제사회는 WHO의 주도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상대로 한 총력전 태세에 들어가게 된다.

우선 국제적인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공중보건 조치가 강화되고, 자금 및 의료진과 장비 등의 지원도 확대된다.

또한 발원지인 중국과 감염 확산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여행과 교역, 국경 간 이동이 제한된다.

WHO는 아울러 각 나라에 발병과 관련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감염 환자들의 격리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 22일과 23일 소집된 WHO 긴급 위원회는 PHEIC 선포를 놓고 의견이 50대 50으로 양분됐으나,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WHO를 담당하는 제네바 주재 한 외교관은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고, 중국 밖에서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난 사례도 없어 PHEIC를 선포하기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170명은 전부 중국에서 나왔고, 누적 확진자의 99%도 중국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29일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베트남, 일본 등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사람 간 전염 사례가 3건 확인됐다"며 긴급 위원회 재소집 이유를 설명한 만큼 이번 긴급 위원회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PHEIC 선포가 너무 늦어도, 반대로 너무 빨라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터라 WHO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WHO는 2009년에는 돼지독감(H1N1)은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너무 빨리 비상사태 선포했다는 눈총을 받았다.반면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했을 때는 뒷북을 쳤다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