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땐 쿠팡이 떴는데…이번엔 어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음식배달·신선식품 새벽배송 급증
중국 알리바바는 2003년 급속히 성장했다. 매출이 전년 대비 다섯 배 이상 늘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알리바바가 글로벌 e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을 주도할 발판을 마련한 해였다.
2003년 중국에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번지며 큰 혼란이 일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렸다. 백화점, 마트, 식당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때 소비자들은 알리바바를 만났다. 24시간 내내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았다. 200만 명 넘는 회원이 주문을 해도 문제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신뢰를 쌓아갔다. “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큰 승자는 알리바바”라는 말도 나왔다.전염병 등 재앙은 사회에 큰 상처를 주지만 때로는 산업 판도를 바꿔놓기도 한다. 사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 양식을 바꾸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유통은 그 영향을 받는 대표적 산업이다. 쿠팡도 그런 사례라는 게 유통업계의 평가다. 쿠팡은 2014년까지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연매출은 3000억원대였다. 판매하는 상품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매출이 1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그해 한국 사회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다. 사스 때 3명에 불과했던 감염자는 186명까지 늘었고, 수십 명이 세상을 떠났다. 밖에 나가기를 꺼렸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확장하던 시기와 맞물렸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까지 보내주는 로켓배송 주문이 크게 늘었다. 주문을 감당하지 못한 쿠팡은 광고, 마케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쿠팡의 성공 가능성을 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시기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도 유통산업에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눈에 띄는 분야는 식품 배송이다. 배달의민족을 통한 음식 배달 주문 건수는 설 연휴 기간(1월 24~27일) 540만 건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0% 늘었다. 연휴 직후에도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연휴 직후 평일에는 주문 수가 평균 6~15% 줄어들지만 이번 설 연휴가 끝난 28일부터 사흘간은 평소보다 주문량이 이례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업체 마켓컬리와 쓱닷컴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있다. 마켓컬리 역시 주문량이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 신세계의 온라인 채널 쓱닷컴의 지난 20~28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쓱닷컴 관계자는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주된 소비자가 아이를 둔 3~4인 가구여서 감염병에 특히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쓱닷컴의 30~40대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73%로 압도적이다.

안재광/김보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