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종코로나 '사람간 전염' 한 달 뒤에야 공개"

연구 논문 "사람간 전염 12월 중순 발생"
늑장 경고에 강력한 대응 못 했다는 비판 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사람 간 전염이 지난달 중순부터 있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한 달 뒤에야 공개한 것으로 파악됐다.31일 중국 신경보에 따르면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와 후베이(湖北)성 질병예방통제센터 등 여러 기관의 연구진은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밀접 접촉자 사이에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논문은 또한 당국 발표와 달리 이달 11일 전에 우한의 의료진 7명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고 지적했다.

이달 23일까지 보고된 초기 확진 환자 425명의 케이스를 바탕으로 국제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지난 29일 실린 논문은 대다수 초기 환자는 야생동물을 판매하던 화난(華南)수산시장에 노출된 이력이 있지만 12월 말부터 이 시장과 관련 없는 환자가 늘었다고 말했다.논문은 사람 간 전염이 12월 중순에 발생했으며 그 뒤 1개월 사이 점차 퍼졌다고 말했다.

이는 당국의 당초 발표와 딴판이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달 5일과 11일 등 3차례에 걸쳐 "명확한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위원회는 이달 16일에야 "사람 간 전염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속적인 사람간 전염 위험은 비교적 낮다"고 다소 입장을 바꿨다.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고위급 전문가팀장인 저명 과학자 중난산(鐘南山)이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확실하다"고 말한 뒤에야 사람 간 전염 위험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 이용자들은 사람 간 전염에 대한 경고가 1월 20일에야 나온 것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 때는 이미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설)를 맞아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던 시점이다.

경고가 더 빨리 있었더라면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우센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지방 정부에는 권한이 없어 신종코로나 정보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었다.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의 전문가들이 핵심적인 정보를 고의로 감춘 것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는 펑즈젠(馮子健)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부주임 등이며 공동저자에는 가오푸(高福)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이 포함됐다.

가오 주임은 논문이 논란에 휘말리자 제일재경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환자 400여명의 역학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회고적 분석으로 12월 중순에는 아직 무슨 병인지 알 수 없었다.

역학조사를 통한 추론일 뿐"이라면서 "회고적 분석은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해명했다.

논문은 또한 지난달까지는 의료진 감염이 없다가 이달 1∼11일에 의료진 7명이 감염됐으며 11∼22일에 8명의 의료진이 추가 감염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5일과 11일 2차례에 걸쳐 "의료진 감염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전 세계에서 신종코로나의 감염자 수는 1만명에 육박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를 넘어섰고 사망자는 213명에 이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