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신발인생' 박연차 회장 누구인가

1971년 정일산업 세우고 신발산업 거목으로
나이키 등에 운동화 납품해 연 2조 매출
2008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 장본인으로 구속
태광실업은 창업주인 박연차(사진) 회장이 31일 오후 3시 병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75세.

태광실업은 이날 회사 내 성명을 통해 "항상 임직원 여러분들과 유대와 신뢰를 강조해온 회장님은 눈을 감으시는 순간에도 태광실업이 더욱 번창하리라는 믿음을 전했다"며 "태광실업이라는 지붕 아래서 여러분들과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셨다는 말씀도 남기셨다"고 전했다.박 회장은 국내 신발산업계를 이끌어온 거목 중 한 명이다. 박 회장은 1971년 태광실업의 모태인 정일산업으로 회사를 창업해 50년 가까이 신발산업의 최전선에서 경영활동을 펼쳤다.

박 회장은 신발사업을 바탕에 둔 부산·경남 재력가로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신발산업 협회장과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태광실업을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신발류를 납품하고, 운동화를 자체 개발·생산하면서 2018년 기준 1조9791억원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태광실업은 현재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은 1990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마약 투약 및 연예인과의 매춘사건에 연루되면서 첫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해 2월 검찰 수배 명단에 올랐다.

박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사건 이후 국세청은 관련 기업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박 회장에게 39억원을 추징했다.대한민국을 떠들석 하게 했던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이기도 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08년 구속됐다.

태광실업이 농협 자회사 휴켐스를 유리한 조건에 인수하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한 혐의가 적용됐다.

박연차 게이트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 등을 법정에 세웠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2009년 11월, 박 회장은 지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가 1년 7개월 뒤인 2011년 6월 재수감돼 남은 형기를 채웠다.

2014년 만기 출소한 박 회장은 이후 베트남 등에서 해외사업에 주력하다 지난해부터 지병이었던 폐암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