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도발했던 임종석…11시간 30분 조사받은 뒤 어땠나

임 전 실장, 대체로 혐의 부인
"언론 보도 내용 확인 과정이었다"
"송철호에 출마 권유한 적 없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검찰에 출석해 1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 5분께 임 전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임 전 실장은 오후 9시 32분께 조사를 마친 뒤 검찰청사를 나왔다. 그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임 전 실장은 조사 후 취재진을 만나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설명해 드렸는데 대체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라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송철호(71) 울산시장에게 2018년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당시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이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를 대가로 자리를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에 분명하게 설명을 잘했다"라고 선을 그었다.임 전 실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이의제기한 부분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 측이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증거를 새롭게 제시한 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초 비공개 출석 예정이던 임 전 실장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라며 자신의 검찰 출석 소식을 알렸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검찰 조사에 앞서 임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정말 제가 울산 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못하면 누군가는 반성도 하고 사과도 하고 그리고 책임도 지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을 상대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출마와 당내 경선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에게 출마를 직접 권유했고 경선 없이 공천을 받는 데도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검찰은 송 시장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했던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2017년 10월 메모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듬해 4월, 경선 없이 송 시장을 단수 공천했다.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송 시장 공천 확정에 앞서 당내 경쟁자였던 임 전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공기업 사장 자리 등 공직을 제안한 혐의로 30일 불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송 시장의 공약 수립 과정부터 도움을 주는 등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한 여러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임 전 실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는 전반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임 전 실장 조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소환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다만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해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에 대한 결정은 총선 이후에 내릴 전망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동영상=조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