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설현도 박쥐 먹어…中 혐오, 총선용으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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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황교익, 중국 박쥐 식용 논란에칼럼니스트 황교익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한 혐오 문제를 지적했다.
"과거 한국인도 박쥐 먹었는데…"
"박쥐 식용 보도로 혐오 감정 부추겨"
지난 30일 방송된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황교익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 식용 때문에 크게 번졌다고 한다. 중국인, 우한시장에서 박쥐를 먹는다는 말이 나오면서 중국인 혐오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교익은 "특정 국민이나 인종이 어떤 음식을 먹는다고 혐오하는 일은 제국주의 시대에 식민지 사람을 미개로 몰고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라며 과거 한국인도 박쥐를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도 얼마 전까지 박쥐를 먹었지만 일상은 아니었다. 중국 사람들도 박쥐를 일상적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블로거가 2016년 박쥐를 먹은 것이 알려졌는데, 중국도 아니고 팔라우라는 섬에서 먹었다. 그 영상으로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많은 언론이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SBS '정글의 법칙'에서 설현 씨가 박쥐를 먹는 것을 보여준 것과 같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은 한국의 70~80년대 상황 정도에 있지만 그 모습을 버릴 거다. 유럽 사람들도 혐오 동식물들, 야생 동식물들을 안 먹었을까? 알아보면 온갖 것을 다 먹었다. 그런 일로 한 민족과 국가, 국민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르지 않다.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고 그런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교익은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 중국인에 대한 혐오, 관리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혐오로 연결해 정치 판도를 만들어 내려는 것"이라면서 "정치인들이 총선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4명 밖에 없다. 사망자도 없고, 그런데 거기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해놨다. 핵폭탄이 떨어진 것 같은 정도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까지 중국에서만 최소 170명이 사망하고 미국에서 최초로 2차 감염 사례가 확인된 지 몇 시간 만에 발표된 조치다.
늘어나는 확진자 소식에 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31일 7번째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중국에 가지 않았는데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른바 2차 감염자도 확인됐다. 세 번째 확진자와 함께 식사를 했던 남성은은 국내에서 6번째로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됐다. 뿐만 아니라 이 6번째 확진자는 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충남 태안군의 한 어린이집 교사로 재직 중인 딸을 만났다. 딸은 설 연휴 이후에도 이틀 간 어린이집에 등원해 영유아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3~4차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까지 딸과 6번째 확진자의 가족에게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한에 거주한 한국 교민 367명은 이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대로 다시 검역 절차를 거치게 되며 국내 검역에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은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나눠 수용된다. 의심 증상이 나올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즉시 이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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