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접경 전면 봉쇄하라" 홍콩 의료계 총파업 결의(종합)

'홍콩 내 감염' 의심 사례 나오며 불안감 커져
캐세이퍼시픽 노조도 '중국 노선' 운항 중단 요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가 중국 전역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홍콩 의료계가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총파업을 경고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밤 홍콩 공공병원 임직원들의 연합단체인 '의관국원공진선'은 3일부터 닷새간의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파업 찬반투표 참가자의 99%인 3천12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반대는 10명에 그쳤다.

이 단체 소속 1만3천여명 가운데 8천825명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온라인 청원에 이미 서명한 바 있다. 파업 결정에 따라 홍콩 공공 의료진은 우선 비응급 서비스부터 중단하고, 제한적인 응급 서비스로 중단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홍콩 정부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벌일 경우 신종코로나 대응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총파업 결의 철회를 촉구했다.

홍콩에서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갈수록 늘어나자 홍콩에서는 중국 본토인의 입경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후베이성 거주자나 최근 14일간 후베이에 머무른 적이 있는 사람의 입경을 불허한 데 이어 홍콩과 중국 본토를 잇는 열차 운행을 중단하고, 중국 본토인 개인 관광객의 홍콩 입경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인 수는 지난주부터 크게 줄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중국 본토인의 홍콩 방문이 계속될 경우 신종코로나가 급속히 확산할 수 있다며 중국과의 접경을 전면적으로 봉쇄하고, 홍콩 내 후베이(湖北)인을 본토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제폭탄을 터뜨리거나 경찰서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 홍콩 정부가 라이치콕 지역에 신종코로나 환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격리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밝히자 이 지역 주민 100여 명이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의료 노조는 "총파업 결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신종 코로나의 근원지인 후베이성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거짓 신고하는 사례도 가능하므로 정부는 이러한 거짓 신고를 통해 입경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법규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홍콩 내 신종코로나 확진 환자 수가 1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중국 본토를 방문하지 않고도 감염된 사례가 나타나 '홍콩 내 감염'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2번째 확진 환자인 75세 남성의 경우 지난달 마카오를 방문하기는 했지만, 신종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일주일 동안 홍콩에 머물러 보건 당국이 홍콩 내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14번째 확진 환자인 80세 남성도 지난달 중순 일본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홍콩에 머물렀으며, 지난 14일 동안 후베이성을 방문하지 않았다.

전염병 전문가 조지프 창은 "이들이 홍콩 내에서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신종코로나 환자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신종코로나가 홍콩 내에서 급속히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 노조는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와의 운항 노선을 전면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현재 캐세이퍼시픽은 하루 3편, 그 자회사인 캐세이드래곤은 하루 50편의 중국 본토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에 따라 캐세이드래곤은 항저우(杭州), 닝보(寧波), 원저우(溫州), 싼야(三亞), 하이커우(海口) 등 중국 본토 노선의 일부를 이번 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