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감염자와 접촉 후 입국…12번 환자 12일간 '무방비'

국내 확진 15명으로 늘어

日, 中에만 통보…정보공유 안돼
부천·군포·수원·강릉 등 돌아다녀
138명과 접촉…부인도 14번 환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환자가 15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접촉한 뒤 지난달 19일 한국으로 입국한 중국인이 12번 환자(48·남)로 확진되면서 지역사회 전파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확진 환자는 15명, 의심 증상이 생겨 의료기관에 격리한 채 검사하고 있는 유증상자는 87명이라고 2일 발표했다. 주말 사이 4명이 신규 환자로 추가됐다.
지난 1일 확진 판정을 받은 12번 환자는 지난달 19일 일본 오사카에서 제주항공(7C1381편)을 타고 한국으로 입국했다. 20일 첫 증상이 시작된 뒤 12일간 아무런 제약 없이 경기 부천, 군포, 수원, 강원 강릉 등을 다녔다. 일본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뒤 한국으로 입국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 여객선 등만 조사하는 방역 시스템 때문에 걸러지지 않았다.

이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138명에 이른다. 환자 부인도 14번 환자(40)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은 환자의 동선을 따라 추가 접촉자를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증상 있는 환자가 지역 사회에 노출된 기간이 긴 데다 여러 곳을 다녔기 때문에 추가 감염자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

13번 환자(28·남)는 지난달 31일 우한에서 임시 항공편으로 1차 귀국한 입국 교민 368명 중 한 명이다. 교민들에 대해 진단검사를 하던 중 감염 사실이 확인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15번 환자(43·남)는 지난달 20일 우한에서 한국으로 4번 환자와 같은 비행기(오후 4시25분 인천 도착, 대한항공 KE882편)를 타고 들어왔다.질병관리본부는 우한시에 있는 국제패션센터 한국관 ‘더 플레이스’에서 대규모 감염이 일어난 정황을 파악하고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7번과 8번 환자는 의류·패션 브랜드 등이 입점해 있는 이곳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더 플레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로 지목된 화난시장에서 6.6㎞ 떨어져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3번(54·남), 7번(28·남), 8번(62·여), 15번 등 환자 4명이 국제패션센터 감염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한인회 인원은 50여 명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번 환자 발생으로 한·중·일 보건 외교 공조도 도마에 올랐다. 일본 정부는 이 환자가 한국에 사는 중국인이지만 일본 내 확진자의 접촉자였다는 것을 중국 정부에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간 환자 정보 공유 기준이 출국지가 아니라 국적 기준이어서다. 정 본부장은 “국적뿐 아니라 출국한 국가에도 (확진 사실을) 동시에 통보할 수 있도록 연락 체계를 변경하는 방안이 필요해 협의 중”이라고 했다.

국내 확진 환자 15명의 상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 사망설이 돌았던 4번 환자도 안정적인 상태에서 폐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제주 여행을 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사례도 나왔다. 중국 보건당국은 지난달 21~25일 4박5일간 제주를 여행한 뒤 중국 양저우로 귀국한 중국인 환자가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국내 여행 당시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제주도는 환자 방문 목적 등을 조사 중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