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사증 입국 일시 중단…관광업계 역대급 위기

국내 관광객도 발길 '뚝' 관광업 도미노 피해 우려
"부득이한 결정 이해…빨리 안정됐으면 좋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입을 막기 위해 제주지역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오늘 4일부터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제주도 관광업계가 위기감에 휘말리고 있다.
신종코로나 위기가 사그라질 때까지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조치의 여파로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인 관광객 사실상 뚝 끊길 듯
중국인 관광객은 제주를 찾는 외국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무사증 입국자 중 중국인은 전체의 98%에 달하는 79만7천300명이다.사실상 대부분의 무사증 입국자가 중국인이라는 의미다.

이 많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중국 내부에서 신종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 중인 1월 24∼27일 나흘간 무사증으로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8천893명이다.애초 예정된 1만4천394명보다 38.2%(5천501명)가 줄어든 것이다.
제주∼중국 직항 항공편 탑승률도 지난달 21일 86.3%에서 28일 22.5%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신종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국내와 해외 단체관광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주의 무사증 입국 제도가 중단됨에 따라 신종코로나 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무사증 입국하는 중국인을 받을 수 없게 됐다.중국인들의 발길이 사실상 끊기게 된 셈이다.

◇ 관광업계 도미노 피해 예상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 제주 관광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완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기대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 유치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길어져 무사증 입국 중단이 장기화한다면 제주 관광업계에 '찬물' 정도가 아닌 '혹한'의 역대급 위기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당시 중국인 관광객의 빈 자리를 국내 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이 채워줬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내국인마저 제주 관광을 포기하고 있다.
많은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는다는 이유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퍼지는 것도 내국인들이 제주 방문을 꺼리는 빌미가 된다.

사실상 전국적으로 여행이나 이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와 여행사, 숙박업소, 전세버스·렌터카, 식당, 면세점, 관람·이용시설 등으로 그 피해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항공사와 호텔 등에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현재 업체에 따라 30∼40%가량 예약이 취소됐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올해 호황을 누리던 렌터카 업계도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로 인해 예약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지난달 26∼29일 매출액이 설 연휴가 시작하기 전인 20∼23일 나흘간과 비교하면 60% 안팎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해는 한다…언제 풀릴지"
관광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득이한 결정임을 이해하면서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면세점 업계부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지난달 23일 이들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이 중국 양저우(揚州)로 귀국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임시휴업을 결정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확산 방지와 고객 및 직원의 안전을 위해 신속히 금일 영업을 종료하고 임시 휴업 조치를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호텔과 요식업계도 매장 소독 강화 등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 관광업계 종사자는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사증 입국 제도 시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결정에 대해 아쉽지만, 불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라며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그는 "정부와 제주도가 강력하게 신종코로나 유입을 차단해 제주도는 청정 지역으로 지켜주길 간절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