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끌어들인 건 이명희 고문…KCGI 지분 인수까지 염두에 둔 듯"

한진칼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및 반도건설과 손잡기로 하면서 공식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사진)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누구 편에 설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일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매입 전 이 고문 측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사정에 정통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고문이 부산지역 인맥을 통해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접촉한 뒤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재계 다른 관계자는 “권 회장이 이 고문과의 상의 끝에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했다면 조 전 부사장과 권 회장이 한배를 탄 것도 ‘어머니의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결국 이 고문은 맏딸 편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지분 싸움에서 조원태 회장 측은 더욱 불리해진다. 조 전 부사장(6.49%) 측이 이 고문(5.31%), KCGI(17.29%), 반도건설(8.28%)의 지분을 합하면 37.37%를 확보할 수 있는 데 비해 조 회장(6.52%)은 계열사 및 임원(4.15%), 델타항공(10.00%)을 포함하더라도 20.67%에 그치기 때문이다.

막내딸 조 전무(6.47%)가 오빠 쪽을 지지하고 나서고, GS홈쇼핑과 카카오 등 소수지분 투자자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쉬운 싸움은 아니다. 이미 주주명부가 폐쇄돼 새로운 백기사를 끌어들일 수도 없다.일각에선 이 고문이 KCGI의 지분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반도건설을 끌어들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까지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쓴 돈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이 돈은 모두 대호개발 등의 자체 현금에서 나왔다. 추가 투자할 만한 현금 여력도 충분하다. 언젠가는 손을 떼야 할 KCGI 지분을 향후 반도건설 측이 사주는 그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도건설 입장에서 보면 국내 1위 국적항공사의 전략적 투자자(SI)로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한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2조5000억원 비용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가 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보다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