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윤이형 절필 선언…이상문학상 거부 파문 확산

윤 씨 "항의할 방법은 활동 중단"
함정임·권여선·황정은 등 수십 명
문학사상사 청탁 응하지 않기로

소설가 윤이형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윤이형(44)이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파문이 문학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함정임, 권여선, 황정은, 조해진, 장류진 등 작가 수십 명이 문학사상사 청탁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뜻을 함께하겠다는 작가도 계속 늘고 있다.

윤 작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돌려드릴 방법이 없다.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은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썼다. 이번 사태는 앞서 올해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결정된 김금희·최은영·이기호 작가가 잇달아 수상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세 작가는 최근 ‘우수상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문학사상 측 요구에 반발해 수상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6일 예정됐던 수상자 발표는 무기한 연기됐다.

윤 작가의 결정 또한 이 같은 문학사상 측의 독단적 운영 방식에 항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출판사 측이 저작권을 풀어달라면 풀어주고 요청이 없으면 3년간 개인 작품집에 수록할 수 없도록 묶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제가 모르는 곳에서 우수상 작가들의 권리 침해가 일어났는데 저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거기에 일조한 상황이 돼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윤 작가의 입장 발표 직후, 가장 먼저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했던 최은영 작가는 “왜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하지 않고 부당함에 피해를 입은 작가가 절필을 선언해야 했느냐”며 “모든 책임을 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반성하지 않는 문학사상에 제대로 된 진실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사태가 한 작가의 영구 절필 선언으로까지 번지자 문학계에선 문학사상 기고 거부 및 불매 운동으로 이어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