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쾰른성당 곡두 8 - 김민정(1976~)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사서
우리 둘의 이름으로 초를 켜고
우리 둘을 모두 속에 섞어놨어.
모두가 우리를 몰라.
신은 우리를 알까.
우리 둘은 우리 둘을 알까.
모두가 우리가 우리인 줄 알겠지.
우리 둘도 우리가 우리 둘인 줄만 알겠지.
양심껏 2유로만 넣었어.

시집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문학과지성사) 中남산타워에 오르면, 절과 성당에 가면, 세상엔 간절한 사랑도 많고 간절한 환자도 많다는 걸 알게 되지요. 성당에 가면 성당 주변을 걸어도 좋고 잠깐 햇빛 속에서 눈을 감아도 좋을 텐데요. 새해의 소망을 빌어도 좋고 지나간 사랑을 잊어도 좋겠지요. 큰돈을 내고 거대한 소원을 빌기보다는 비슷한 이름들 속에 뒤섞여 작고 희미한 소원을 빌어도 좋겠지요. 인파 속에서 내가 당신과 뒤섞여 지워지듯이.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