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ㅣ'클로젯' 하정우 "연기 정체됐다는 평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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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젯' 상원 역 배우 하정우영화계 소문난 '다작왕'으로 불릴 만큼 많이 찍지만, 찍는 것마다 잘됐다. 하정우가 출연한 작품 중에 순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 앞서 영화 '롤러코스터'와 '허삼관'을 통해 연출자로서의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던 하정우는 영화 'PMC:더 벙커', '백두산'에 이어 '클로젯'에도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클로젯'을 연출한 김광빈 감독은 하정우가 졸업한 중앙대 연극영화과 후배이며 16년 전 출연작인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의 동시녹음을 담당한 인연이 있다. 하정우가 '클로젯'에 대해 "단순히 작품 하나를 마쳤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애정을 보인 이유다.
주연배우부터 제작까지 1인 2역
"김광빈 감독과 약속 지킬 수 있어 감사"
'클로젯'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가 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새 집을 이사한 후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일들을 담았다. 하정우는 워커홀릭 건축가에서 아내를 잃은 후 육아를 전담하면서 혼란을 겪는 아빠 상원 역을 맡으며 극을 이끈다. 영화 안에서는 매 장면 등장하고, 영화 밖에서도 제작자로 1인 2역을 맡았던 하정우였다. 시나리오는 김광빈 감독이 썼지만 '클로젯' 기획 단계부터 하정우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깊숙한 곳까지 참여했다. 김남길 캐스팅은 물론 아역 배우들의 관리를 맡았던 전문 스태프를 섭외하는 것까지 하정우가 관여 돼 있었다. ▲ '클로젯'은 어떻게 봤나.
전체 풀 버전은 어제 시사회 때 처음 봤다. 보면서 그럴싸했다. 이전까지 CG와 음향이 믹싱된 최종본 확인을 못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건 얘기해봤자고. 특히 사운드가 좋았던 거 같다. 이게 2018년도 9월에 찍은 작품인데 '백두산' 개봉에 밀렸다. 왜 밀렸는지는 ('백두산'과 '클로젯' 모두 투자 배급을 담당한) CJ엔터테인먼트에 문의해 달라.(웃음)▲ 어떤 작품이든 하정우식 유머가 항상 등장했는데, 이번엔 쫙 빠진 느낌이더라.
항상 그런 캐릭터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건조한 웃음까지 싹 뺀 건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하면서도 신선했다. 웃음 코드를 (김)남길이 쪽으로 몰아주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 성원이라는 캐릭터는 일과 가정 모두에 찌들어있고, 나른한 모습을 보여준다. 육아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출장도 많고, 그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겼다. 기러기 아빠같은 사람이다. 아내에겐 이 사람도 자식같지 않았을까. 그런데 사고를 당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펼쳐진거다. 모든 게 어색한 거다. 저 역시 미혼이고, 어색한건 마찬가지더라. 그래서 아빠처럼 연기하기 보단 어색하고 초보같고, 거리감이 있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하려했다. 감독님이 아버지랑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 만나면 그렇게 어색했다고 하더라. 그런 경험을 들으면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 김남길은 개그 코드가 더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
그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 수 있을까 싶다. 딸을 잃은 상황이니까. ▲ 극중 '신과 함께'를 못봤냐는 대사가 등장한다.
리딩 떄부터 얘기가 나왔다. 단순히 웃기려고 했다기보다는 우리 영화엔 오컬트적인 부분도 있지만 판타지적인 부분도 있는데, 그런 것에 더 쉽게 다가가길 바라는 의도에서 넣었다.
▲ 딸 역할을 했던 허율은 2009년생이다. 호흡 맞추니 어떻던가.
그냥 마냥 귀여웠다. 김광빈 감독이 어린 배우들을 어떻게 디렉팅 해야하는지 물어보기에 '허삼관' 때 아이들 디렉팅을 전문으로 하는 분을 소개해 드렸다. 촬영장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아이들은 선생님하고만 얘기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간으로 딱 맞춰 촬영했다.
허율은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오디션 때부터 특출났다. 명진 역할로 나온 김시아라는 아이도 독보적으로 잘해서 '백두산' 팀에 순옥이로 소개시켜줬다.
▲ 마지막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장면이 있다. 많은 아이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대부분 액션스쿨에서 키가 작은 사람들이 분장을 하고 연기를 했다. 또 기계체조 선수 출신 성인 연기자들이었다. 실제 액션배우들과 해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 김남길과 친했지만 작품은 처음이다. 김남길이 '하정우는 촬영장에서 전체를 보는 배우'라고 하더라.
주연 캐릭터도 처음부터 극을 끌어가는 인물이 있고, 중간에 들어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이 있다. 이번엔 제가 극을 이끌었고, 남길이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역할이었다. 처음부터 출연하는 사람이 여백을 만들어내야 다른 배우들과 균형을 맞추기가 좋은 거 같더라. 저까지 뭔가 힘을 주고 강조하려고 하면 균형이 깨질거 같았다. ▲ 김남길과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 느낀 부분은 없나.
첫인상은 차도남인줄 알았다. 11년 전에 고현정 누나 팬미팅 대기실에서 처음 인사를 했는데, 콧수염을 기르고 있더라. 속으로 '왜 어린 애가 콧수염을 기르나' 싶었다. 이후 친한 제작사 대표에게 슬슬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남길이는 운동복만 입고 다녀", "지하철 타고 다녀" 이런 털털한 얘기만 하더라. '애가 어떻길래 이렇게 칭찬을 하나' 싶었다.
그러다 '신과 함께'를 찍은 주지훈이 "남길 형 만나면 귀에서 피가 나올 정도다. 너무 재밌다"라고 해서 "정식으로 얼굴 보자"고 했다. "술을 한 잔도 못 먹는다"고 해서 '어떻게 그런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진짜 자기 먹는다고 초코 우유를 2팩 사왔더라. 저 만난다고 술을 먹는데, 소주 2잔에 떡실신이 돼 자더라. 그게 참 귀여웠다.
'클로젯'을 준비하면서 윤종빈 감독이 먼저 김남길 얘길 먼저 꺼냈고, 그래서 더 자주 보게됐다. 지금은 '왜 이렇게 늦게 만났을까' 싶다. 살갑고, 든든하고 그런 마음으로 작업하다 모니터를 하면 힘이 좋더라. '아, 그래서 대상 받는구나' 싶다.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다.
▲ 촬영장 영상을 보니 김남길에게 "연기 늘었다"고 칭찬하는게 나오더라.
촬영장에서 되도 안되게 "연기 늘었다", "눈빛 좋다" 이런 농담을 많이 한다. "별로"라는 말은 안한다. 연극할 때 욕을 많이 먹었다. 신인 때 출연한 영화 동시 기사님도 "컷"만하면 뭐라고 해서 그걸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다. 그래서 "연기 안좋다"는 말은 농담으로도 안한다. 아버지(배우 김용건)가 배우라 2세라 그런지 유난히 욕을 많이 먹은 거 같기도 하다. ▲ 오래 연기했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미스터리 스릴러는 '클로젯'이 처음이다.
그동안 시나리오가 안들어왔다. 몇 년동안 예산이 큰 작품만 했다. 이건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소재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직접 제작에 참여하거나 기획하지 않으면 개발하기 어려운 거 같다. 저 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저희 회사 다른 작품도 비슷한 장르 저예산 작품이다.
▲ 배우이기도 하지만 제작도 한다. 다양성에 대한 책임때문인가.
책임까진 모르겠지만, 제가 만약 제작하고, 연출을 한다면 배우로 출연하는 것과 다른 결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영화의 다양성에 미진하지만 균형을 맞춰 나가고 싶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 제작자로서의 목표도 있나.
계속 좋은 사람과 제작하는게 목표다. 요즘은 배우도 연출을 많이 하지 않나. 정진영 선배, (김)윤석이 형, (조)진웅이 형, 조은지 배우도 있고. 이렇게 하면서 좀 더 알차게, 전문화 되는 부분도 있는 거 같다. 제작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이 그간 선택을 받아 작업을 해 왔다. 힘의 균형을 제작이나 연출까지 나누고, 범위가 넓어진다면 장르도 다양해 질 수 있을 거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크게 고민하고 우려하는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지금껏 흥행 타율이 좋았다. 부담감도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서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닌가. 맨 앞에 선 주연 배우를 믿고 제작에 들어가는 건데, 그런 부분에 대해 책임감이 든다. 단순히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연기를 잘 해내는 것 이상으로 전체 팀을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물론 흥행과 작품성 둘 다 잘하고 싶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고 싶지 않다.
▲ 기획까지 하니까 시나리오를 1순위로 받는 배우로 꼽힌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대한 기준도 높아지는 거라 어떻게 하면 더 재밌는 작품을 할까 고민한다. "연기가 정체된다"는 말도 당연히 들을 수 밖에 없고. 어떻게 준비하고, 공부하고, 체워나갈지 계속 고민한다. 그 부분에 대해 지치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한다. 감당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내 경력과 나이에 맞게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 그거에 대한 고민은 계속한다. 걸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
▲ 그래서 '걷기학교'를 하는 건가.
그렇다. 오늘도 걷고 왔다. 저와 함께 걷는 '걷기학교' 학생들이 30명 정도 되는데, 하루에 1만보이상 못 걸으면 벌금으로 만 원씩 낸다. 꼴등부터 뒤에서 8등까지 벌금을 더 낸다. 그게 연중무휴, 매일매일이다. 영화 촬영과 홍보 일정이 겹쳐서 올 겨울은 참 힘들었다. 해외촬영까지 껴 있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예전에 '범죄와의 전쟁'과 '러브픽션'이 한 달 차이로 개봉했는데 그땐 '베를린' 촬영 전이었다. 근데 이번엔 촬영하는 작품이 있어서 더 힘들었다. 그래도 했다. 비타민C를 많이 먹고, 크릴오일도 먹고. 이번에 마그네슘도 첨가했다. ▲ '클로젯'으로 배우, 제작자로서 느낀 성취감이 있나.
그런 위치에서 바라보는 것보다는 작품을 하면서 감사한 건 사람을 얻는 거 같다. 이 작품이 어떻게 되든 사람이 남아있으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길 배우와 친해진 게 큰 성과다. 그리고 윤종빈 감독과 제작자 입장으로 이 작품을 만드는게 재밌고 신선했다. 감독대 배우로만 얘기하다가 제작자끼리 얘기하니까. '업자'같은 느낌도 들고.(웃음) 김광빈 감독과 16년 전에 말한 걸 이룰 수 있어서 그게 감사했다.
▲ 김광빈 감독이 아닌 다른 사람이 '클로젯' 시나리오를 가져왔어도 했을까.김광빈 감독이 가져온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면 제작도 출연도 다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누가 가져오는게 중요하지 않았을까 싶었다.(웃음) 원래 김광빈 감독과는 학교다닐 때 기수 차이가 많이 나서 겸상도 안한다. 연영과는 군대보다 군기가 세다. 윤종빈 감독과 별별 얘길 다한다. 윤 감독은 제가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한다고 한국의 브래드 피트라고 해주고, 전 윤 감독에게 마틴 스콜세지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늙는거다. 네가 최고라고 하면서.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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