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붕 한 가족'?…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 창당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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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단장도 시·도당 책임자도 바른미래당 일색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의 창당을 책임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은 비례대표로 당선된 만큼 바른미래당에서 출당을 시켜주지 않으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이다.
출당 요구하지만 손학규는 자진 탈당 고수 중
웃지 못할 상황 연출에 안철수계·손학규 줄다리기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측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철수 신당' 창당준비기구 인선을 발표했다. 창당준비기획단장에는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가 선임됐다.이 의원의 경우 국민의당 시절 비례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으며 현재는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창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하는 기획단장의 자리에 다른 집안사람이 들어선 셈이다.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안철수계 의원들 대다수가 비례대표인 만큼 이처럼 웃지 못할 해프닝은 시·도당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계 의원은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권은희 의원과 비례대표 김삼화·김수민·김중로·신용현·이동섭·이태규 의원 등 총 7명이다. 김중로 의원은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과 별개로 '안철수 신당행'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나 출당을 요구하는 입장은 같다.안철수 신당은 서울·경기·인천·대전·충북·광주에서 시·도당 창당을 준비 중이다. 서울은 김삼화 의원이, 경기는 이동섭 의원이, 인천은 최원식 전 의원이, 대전은 신용현 의원이, 충북 김수민 의원과 김중로 의원이, 광주는 권은희 의원이 시·도당 창당 책임자로 선정됐다. 최 전 의원과 지역구 의원인 권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인사들은 모두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안철수계 의원들은 창당을 준비하면서 지속적으로 출당 요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30일 원내정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례대표는 (탈당해서) 의원직이 상실되면 정치 활동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우선 정치적으로 탈당한 것이고, 의원 신분을 유지하며 새로운 정당이 창당되면 그 이후 우리가 탈당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들의 출당 조치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 손 대표는 현재 해당 의원들의 자진 탈당 입장을 고수 중이다. 자진 탈당을 할 경우 안철수계 의원들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바른미래당 내 비례대표 다음 순번 인사들이 의원직을 승계받게 된다.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안철수계 의원들은) 탈당해 정치적 결기를 보이라"면서 "바른미래당에 계시며 출당을 요구하는 일부 비례의원들은 말은 바로하라. 본인들 욕망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해 당에 남았다고 고백하는 편이 솔직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에 계시며 더 이상 당원들을 우롱하지 말고 그냥 탈당하시라"며 "실천적 행위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치인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