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진자 다녀간 상점·식당 '줄휴업'…피해보상 받을까

떡볶이집·마트 등 피해 눈덩이
법조계 "국가소송 승소 어려워
실질적으로 보상은 쉽지 않아"

메르스때 보상해준 적 있지만
재난에 따른 일부 보전 수준
사흘째 휴업 상태인 서울 ‘돈암동떡볶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들이 줄줄이 영업을 중단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해당 업체가 구제받을 길도 없어 피해가 더 확대되고 있다.

3일 CGV 성신여대입구점은 나흘간의 영업중단을 마치고 이날부터 정상 영업에 들어갔다. 해당 영화관은 지난달 25일 다섯 번째 우한폐렴 확진자가 방문한 곳으로, 30일 저녁부터 폐쇄됐다.극장 내부는 ‘정상영업’이라는 문구가 무색하게 텅 빈 모습이었다. 점심시간대인 12시 무렵, 30분간 극장을 방문한 고객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기 상영작인 ‘남산의 부장들’은 이날 해당 영화관의 모든 회차에서 190석 이상이 남아 있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5번 확진자가 다녀간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성북구의 ‘돈암동떡볶이’는 3일째 휴업 상태였다. 또 다른 방문지인 성북구의 한 슈퍼마켓도 방문객이 평소 대비 절반가량으로 뚝 떨어졌다. 해당 슈퍼마켓 관계자는 “5번 환자가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은 당일 가게를 방역했지만 소문이 퍼지니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면서 휴업도 줄을 잇고 있다. 8번 확진자가 다녀간 이마트 전북 군산점은 사흘간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12번 확진자가 다녀간 CGV 부천역점,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문을 닫았다.상점들이 피해를 보더라도 실질적 보상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업 손실보상을 신청해도 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환자가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돌아다녔다면 개인에게도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가에 요구해야 한다”며 “국가에 소송을 건다 하더라도 방역 정책상 큰 고의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상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감염병예방법 제70조에 따라 손실보상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기관에 보상금을 지급했다. 해당 조항은 의료기관의 손실보장만을 규정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당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유추해석’을 통해 약국과 상점에도 보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유추해석이란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그와 비슷한 사항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유추해석을 적용하더라도 보상금액 자체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다수 법조인의 설명이다. 해당 업체가 자발적으로 문을 닫은 경우에는 더더욱 피해를 보상받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여론이 크게 형성된다면야 손실보상 신청을 해볼 법하지만 100%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상점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남정민 기자 btu104@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