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토리 인재' 찾기에만 몰두하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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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인물 영입에 올인“우리 사회가 청년의 한숨 소리를 줄여나갔으면 합니다.”
정작 내부인재 키우기는 외면
김소현 정치부 기자 alpha@hankyung.com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대 총선 핵심 공약인 ‘청년·신혼 맞춤형’ 주택공약을 발표하면서 강조한 발언이다. 4월 총선에서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비상이 걸린 당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20~30대 청년들의 이탈이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주원인으로 나타났다.청년에 대한 구애는 민주당의 인재 영입과 각종 지원책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발표된 당의 영입 인재 14명 중 10명(71%)이 청년 당원 기준인 만 45세 미만이었다. 청년 후보자에 대한 경선비용 제공과 선거비용 대출 등 파격적인 지원책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도 정작 민주당 내부의 청년 후보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섣부른 인재 영입이 논란을 자초했다” “당내 인재도 많은데 정작 당내 육성 인재들에게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청년층의 이목을 끌기 위해 ‘스토리’가 있는 유명인 위주로 섭외하다 보니 미투 논란으로 인한 ‘원종건 사태’ 등 대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요란한 인재 영입 쇼가 ‘청년 vs 청년’ 갈등 구도로 이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영입 인재’와 ‘육성 인재’에 대한 온도 차는 당 지도부의 인식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입 인재 홍보에는 당 대표와 사무총장이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며 분위기를 띄운 반면 당내 청년 지역 출마자들을 지원하는 ‘더드림 청년지원단’의 기자회견은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당 입장에서는 인재 영입에 주력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고 스토리와 화제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 최고위원과 더드림 청년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김해영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당내 인재 육성을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인재 영입은 당의 가치를 국민에게 알리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인재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여야를 떠나 정치권 모두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매번 선거 때면 각 당이 표심을 모으기 위해 ‘일회성 청년팔이’에 나서지만 선거 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청년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청년의 처지를 개선하겠다는 민주당에서도 ‘영입 인재’는 전략공천으로 대우하지만 정작 ‘육성 인재’는 험지에서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청년 인재 영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이야말로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느끼는 좌절과 분노라는 것을 정치권이 알아야 합니다.” 여당의 청년 표심 잡기를 지켜본 한 예비 정치인의 씁쓸한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