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금통위서 설전…집값상승 원인 놓고 엇갈린 진단

소수위원측 "서울집값 오른 건 재건축 탓…금리 낮춰도 돼"
다수위원측 "금리인하 기대가 집값·가계부채 상승에 영향…동결해야"
기준금리를 최저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한 지난달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정책과 최근 집값 상승 간 관계를 두고 이견이 드러난 것으로 확인됐다.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의 위원들은 최근 수도권 집값 급등 이면에 지역적인 특수 요인이 작용한 만큼 집값 관리는 정부에 맡기고 한은은 저물가·저성장 기조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의 다수 위원은 시중에 돈이 이미 충분히 풀린 상황에서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경우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함은 물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일 공개된 1월 금통위 의사록(익명)에 따르면 금리 인하를 주장한 한 위원은 주택가격 상승이 가계 부채와 상호연계해 과도한 부채증가 및 집값 상승, 나아가 경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최근 우리나라 주택시장 추이가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원인에 대해 "기존 동일 주택 가격이 가계 부채와 연동해 상승하는 현상과는 다르다"며 "재건축·재개발이 다수 진행돼 온 서울 지역의 특수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서 집값이 전반적으로 급등한 게 아니고 특수 요인으로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른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은 "이에 대한 대응은 통화정책이 아닌 주택정책, 지역정책으로 하는 게 적절하다"며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는 게 적절한 정책분업"이라고 주장했다.다른 한 위원도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원인을 '공급 제약'이라고 판단하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시각에 동조했다.

이 위원은 서울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해 "소비자의 선호 변화를 탄력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공급 제약에 크게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지역 신규·재건축 아파트 가격 급등 문제를 전국적이고 무차별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통화정책이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 동결을 주장한 다수의 다른 위원들은 금리 인하와 집값 상승이 무관하지 않으며,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경우 가계 부채 문제가 심화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한 위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일부 지역 부동산 가격의 큰 폭 상승세가 이어지며 가계 부채 증가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여기에는 부동산 정책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인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민간신용과 시중 유동성의 증가세가 확대되는 등 전반적인 금융 여건은 상당히 완화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가운데 일반의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여전하고 비규제 대상으로의 풍선효과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상존하고 있어 금융안정 관점에서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펼치면서 그 부작용으로 위험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부동산 투자수익률과 기타 자본 한계생산성과의 차이가 확대된 점, 부채에 의존해야만 유지되는 기업이 확산하고 있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하락추세에 대한 과도한 경기적 대응은 자칫 금융 불균형만 재점화시킬 수 있다"며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다만, 금리 인하 의견을 낸 소수의견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회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열림에 따라 감염증 확산에 따른 부정적 경제 영향을 우려한 목소리는 의사록에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