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중단 코 앞, 현대차…노조 "휴업해도 임금 다 달라"

▽ 현대차 노사 휴업 일정 논의했지만
▽ 노조 "부품공급 차질, 사측 대비 부족"
▽ 사측 휴업 임금 70% vs 노조 100% 요구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싼타페, 투싼, 아반떼 생산라인 전경. 사진=현대자동차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현대차 공장이 가동 중단 위기에 빠진 가운데 노조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사측에 있다며 고통분담은 거부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4일 현대차 노조는 노보를 통해 "부품공급 차질은 사측이 천재지변에 대비하지 않고 부품 수급망을 다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해외공장 생산 제일주의가 빚은 참극이며 일차적인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강조했다.중국에서 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전파되며 중국 정부는 춘제(중국의 설) 연휴 기간을 늘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공장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여파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끊겨 생산 중단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함께 와이어링 하네스를 경신·유라코퍼레이션·티에이치엔 등 3곳의 한국 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이들 업체는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국내로 공급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전선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가져가 수작업으로 엮은 뒤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는 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공장에 따라 와이어링 하네스 약 5일 분을 비축하고 있었다. 차종은 물론, 트림과 사양별로 모두 다른데다 부피마저 큰 탓에 재고를 대량 비축하기 어려웠던 탓이다.예상 외의 사태로 중국에서 부품 조달이 끊기며 공장 비축분은 빠르게 소진됐고, 결국 현대차와 기아차는 특근 취소, 감산 등 소진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단시일 내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국내 생산 비율을 높이고 동남아 등지에서 조달하는 방안도 협력사와 논의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이 현실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그나마도 이번 주 중으로 대부분 공장에 있는 와이어링 하네스가 동나 공장 가동이 중지될 전망이다. 하언태 현대차 국내생산 담당 사장은 울산공장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장별·라인별 휴업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주재 ‘긴급수출상황 점검회의’를 마친 뒤 "(공장가동 중단 등)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노조는 지난 3일 오후 휴업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열었지만 해답을 찾지 못했다. 현대차는 휴업 기간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100% 지급을 고수했다.

노조는 "현대차는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인 만큼 노조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태를 핑계로 조합원에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요구하거나 올해 단체교섭을 위한 이념공세 수단으로 악용하려 들 경우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고 각을 세웠다.이어 "핵심 부품을 현대차가 직접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상시 위기 대응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투자전략을 국내공장 중심으로 바꾸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2차 실무협의를 갖고 가동중단 일정과 임금 등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