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마스크 주문 폭증…비상 걸린 마스크 업체들

인력 증원에도 일손 부족…중국 도매상 현금 들고 판매 애원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중국 도매상들이 현금을 들고 공장 앞까지 찾아오고 있지만 폭증하고 있는 주문량에 내줄 마스크가 없습니다. "
경기 부천 유일의 마스크 제조업체인 '에이치디메디스' 공장 2곳의 내부는 4일 한적한 동네 분위기와는 달리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2∼3명씩 짝을 이룬 직원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만들어내는 기계에 필터 등 재료를 넣느라 쉴 틈이 없었다.

공장 한쪽에서는 10여명의 직원이 모여 손을 부단히 움직이며 마스크를 검품하거나 포장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완성된 마스크를 상자에 넣고 쌓았다.

공장 사무실에서는 전화벨이 계속 울렸지만 웬일인지 직원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루 수십 통 걸려오는 주문 전화를 받다가 마스크 생산까지 차질을 빚게 되자 이미 주문을 받은 도매상들의 전화 외에는 응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순란(49) 에이치디메디스 이사는 "최근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일회용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문량이 10배 이상 늘었다"며 "이미 접수한 주문량도 소화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업체는 평소 하루에 KF94 등급 일회용 마스크를 5만∼6만장 생산해 왔지만, 지난달 27일부터 주문이 폭증하면서 현재는 생산량을 8만장까지 늘렸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이 업체는 20여명의 직원 외에 아르바이트 직원 10명을 긴급 충원하기도 했다. 이들 직원은 주말도 반납하고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도 퇴근하지 않고 3시간가량을 추가로 근무하고 있다.
이 업체와 거래했던 도매상들은 주문이 막히자 급기야 직접 공장을 찾아와 물건을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특히 거래한 적이 없었던 중국 도매상들까지 공장을 찾아와 마스크를 판매하라고 조르는 탓에 마스크 생산까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접수한 주문도 소화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이 업체는 아예 공장문을 잠그고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김 이사는 "중국 도매상들은 현금을 가득 채운 가방을 들고 공장까지 찾아와 마스크를 달라고 애원하고 있지만 재고가 없어 되돌려보내고 있다"며 "이들 중국 도매상은 100만∼200만장가량을 사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도권 지역 마스크 제조업체에 주문이 빗발치면서 덩달아 마스크 코걸이와 포장지 등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며 "마스크 제작에 관련된 모든 업체가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업체가 판매하는 일회용 마스크의 단가는 1장당 200∼500원가량.
그렇지만 이 마스크는 현재 시중에서 최고 6배까지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도·소매상을 거치면서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지명화(49) 에이치디메디스 대표는 "기존의 거래처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리지 않고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신종코로나 사태 때문에 시중 가격이 크게 올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치디메디스는 35년째 부천지역에서 보건용 마스크와 찜질팩 등 의약 외품을 제조·유통하는 업체다. 최근에는 부천시에 일회용 마스크 1천200장을 기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