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마저 사실상 개점휴업…코로나 한파 지역 소비시장 강타

모이지도, 보지도, 사지도 않는다…부산상의 피해 모니터링
경제 전반 악영향…"앞으로가 더 문제…3, 4월 장사도 접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한파에 지역 소비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부산상공회의소는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지역 소비업종 영향을 모니터링해 4일 결과를 발표했다.

부산상의는 지역 유통업계, 호텔숙박업계, 대형집객시설, 여행업계 등 60곳을 대상으로 신종코로나 발생에 따른 피해 여부와 자체 대응 방안, 필요한 지원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여행 제한과 비즈니스 중단 등으로 향후 지역 소비시장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특히 관광객 감소와 오프라인 유통업체 방문 고객 감소 등 여파로 여행과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 유통업계 "사람 구경하기 어려워"
부산 해운대구 한 백화점은 신종코로나 확산에 대비해 방역을 강화하고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위생 조치를 강화했다.

직원들도 하루 두 번 체온을 재고 37.5도 이상 고열이 있을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으며 근무 직원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하지만 전체적인 내방 고객 규모가 크게 줄었고 특히 아동을 동반한 고객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형편이다.

놀이 시설과 키즈카페는 방학 기간에도 이용객이 거의 없었다.

한 시내 면세점은 설 연휴 직후 내방 고객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1월 춘절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 예약이 없어 매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주말이면 관광객과 쇼핑객으로 북적이던 아웃렛도 고객 발길이 끊기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매장을 찾은 고객들도 필요한 쇼핑만 한 뒤 서둘러 귀가하면서 식당가와 놀이 시설 등은 개점 휴업 상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겨울방학과 졸업, 입학 시즌을 맞았지만, 신종코로나 여파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사태가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아 사실상 상반기 최대 특수를 고스란히 놓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 여행업계 "예약 취소에 봄철 특수도 물 건너가"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곳이 여행업계다.

해외 관광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예약 문의조차 뚝 끊겨 3, 4월 봄철 여행 특수도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중국 여행뿐 아니라 동남아와 유럽은 물론 국내 여행까지 올 스톱됐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관광지와 공항 등지에서의 감염 우려로 여행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해외 아웃바운드 여행을 주로 하는 한 업체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 예약이 모두 취소됐고 국내 여행도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다른 업체는 입국 금지 조치 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미리 준비했던 관광버스를 모두 세워둘 형편이다.

봄 관광 성수기를 맞아 예약했던 단체관광이나 각종 행사 등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2월 말과 3월 초 시작하는 각급 학교의 수학여행 입찰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S투어 관계자는 "사태가 확산하면서 차량 할부금, 기사 급여 등 일상적인 지출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 유동성이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는 주의 사항만 하달할 뿐 현실적인 지원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숙박업계 "속수무책…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부산지역 특급호텔에는 이번 사태로 단체 관광객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한 대형호텔은 지난달 말까지 이미 100실 이상 객실 예약이 취소됐다.

다른 호텔은 개별 여행객을 주로 받고 있어 당장 큰 피해는 없지만, 사태가 길어질 경우 행사가 많은 3∼4월에 더 큰 피해가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낮은 또 다른 호텔도 최근 들어 국내 여행객 예약이 줄면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부산 해운대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사태가 워낙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호텔 입장에서는 전 직원 마스크 착용, 열화상 카메라 설치, 체온 체크 등 고객 안전을 위한 조치 외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미 메르스 사태에 준하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말했다.

◇ 대형 집객시설 "사실상 개점 휴업"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한 시설은 설 명절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가 줄었다.

최근에는 유치원 등 단체예약 취소도 줄을 잇고 있다.

또 다른 시설은 자체 대응을 위해 별도의 전담(TF)팀을 구성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5∼6건의 행사가 연기됐다.

특히 부산 유일의 동물원인 삼정더파크는 신종감염병이 동물에서 옮겨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린이 등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겼다.

주말 연휴에도 동물원을 찾은 방문객은 평소 평일에도 못 미쳤으며, 당분간 이런 상황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영화의전당,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등 시내 관람 시설에서도 관람객이 줄면서 시설마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심재운 부산상의 조사연구본부장은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는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민간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업종별 구제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