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vs "환대"…'성전환 여대생' 놓고 대학가 공방 지속

6개 여대 학생단체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 아니다"
숙명여대 일부 동문·재학생 "최종합격 환영…혐오·차별에 반대" 서명운동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숙명여대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신입생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숙대 동문들을 중심으로 "환대한다"는 서명이 이어지는 한편 성별 변경이 여성의 권리와 안전을 위협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4일 덕성여대, 동덕여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6개 여대의 21개 단체는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부분 학내의 '래디컬(radical) 페미니스트' 소모임으로 이뤄진 이들은 성명서에서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나를 보고 여대 입학을 희망하는 다른 트랜스젠더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해당 학생의) 발언은 여대를 자신의 변경된 성별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지난해 숙명여대에는 한 남성이 '여자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무단 침입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며 "여대라는 공간이 남성들의 범죄 표적이 되고 있음은 물론 스스로를 여자라 주장하는 남자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성별정정 허가는 근거 법률조차 없이 개별 판사·법원의 자의적 판단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헌법에 보장된 여성의 기본권보다 남성의 성별변경할 권리를 우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온라인을 통해 '법원의 성별정정 반대 연서명'을 받아 이를 국회와 각 여대 학교측에 송부할 예정이다.한편 숙명여대 동문들은 '성전환자로 숙명여대 최종 합격한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라는 제목의 연서명을 온라인에 게재해 해당 학생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응원을 보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동문들은 "성전환 과정을 거친 여성의 2020년 숙명여대 최종 합격을 환영한다"며 "그녀는 입학에 필요한 점수와 절차적 조건들을 갖춰 당당히 통과했다"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그러나 본교의 비전과 미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혐오와 배제, 그리고 분열을 조장하는 분위기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고정관념을 근거로 '진짜 여성'과 '가짜 여성'을 나누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이날 오전 10시30분을 기준으로 서명에 동참한 인원은 51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이달 6일까지 진행한 후 해당 내용을 학내 게시판에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숙명여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역시 2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특정인의 정체성을 함부로 부정하고 그녀의 여대 입학에 찬반을 논하는 행위가 여자대학의 창립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개인의 정체성은 제3자가 재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혐오"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성소수자 인권운동 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트랜스젠더 혐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전환자에 대한 혐오가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 몸을 정죄하고, 이들을 향해 끊임없이 규범 속으로 편입해 들어오라는 폭력"이라며 "누군가를 탈락시켜 쌓아올린 안정은 같은 방식으로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페미니즘의 주체를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본인이 느끼는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으로 한정하는 것은 경계 바깥의 존재들을 타자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우리는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성으로서 발화하는 동시에 (성별) 이분법에서 벗어난 존재와의 연대를 통해 가부장제의 기틀이 되는 흑백 논리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단체도 학내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성전환자 혐오에 반대하는 연대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