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간 자녀 때문에…아파트 청약 부적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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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부양가족 인정 안돼아파트에 청약할 때 유학 간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계산했다가 부적격 처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하는 등 청약 신청자와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은 피부양자는 부양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려서다. 분양업계에서는 실질적인 부양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거주 요건만을 강요해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점 계산' 피해자 잇따라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반분양을 진행한 서울 주요 단지에서 유학 간 자녀를 부양가족으로 포함해 청약가점을 계산했다가 뒤늦게 당첨이 취소된 사례들이 잇따랐다. 지난달 분양을 마친 개포프레지던스자이와 위례호반써밋, 래미안라클래시, 힐스테이트창경궁 등 최근 4개월간 서울에서 분양한 거의 모든 단지에서 비슷한 유형의 탈락자가 나왔다. 특정 단지에선 이 때문에 당첨이 취소된 사례가 10건이 넘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등지에서는 해당 특별·광역시, 시·군에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으로 일정 기간 계속해 거주한 주민에게 우선공급 물량을 배정한다. 해외 거주자는 우선공급을 받을 수 없다. 서울은 ‘최근 1년 이내에 출국한 후 연속해 90일을 초과 체류하거나 전체 해외 체류 기간이 183일을 넘긴 경우’가 해외 거주자로 규정된다. 당초 연속 30일 이상이었지만 해외 출장이나 연수 등을 나갔다가 부적격자가 된 사례가 많아지자 지난해 11월 제도를 완화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계속거주 요건을 부양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하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주요 지방자치단체에 청약 체크리스트를 배포하면서 부양가족 역시 계속거주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가점을 새로 계산해 당첨 커트라인 안에 들어오면 당첨 지위가 유지되지만 그 미만이 되면 당첨이 취소된다. 부적격자가 돼 1년간 재청약도 할 수 없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해외 거주가 명시된 것은 2018년 말이지만 지난해 중순까지도 부양가족은 문제 삼지 않았다”며 “지난해 말 한 단지에서 부양가족의 해외 체류는 문제가 없는지 문의하자 그 이후 분양하는 단지부터 뒤늦게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규정이 원칙에만 매몰돼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규정대로라면 군대에 간 자녀, 기숙사 생활을 하는 자녀, 요양원에 거주하는 부모 등을 모두 부양자에서 제외해야 한다. 군대 간 자녀는 정부가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직업군인을 제외하면 부양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다. A단지에서 청약이 취소된 권모씨는 “내 돈으로 아들을 뒷바라지하고 있고 주민등록도 같이 돼 있는데 부양가족이 아니라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당첨 가점이 치솟은 상황에서 부양가족(인당 5점)이 한 명이라도 제외되면 당첨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