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시험 2주 연기"…부산교통公 "시험 때 마스크 의무 착용"

취업시장 덮친'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구직자들의 취업 열기를 막지 못했다. 서강대는 지난 3일 상반기 취업 대비 자기소개서 작성법 특강을 진행했다. 마스크를 낀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왼쪽 사진). 서울대도 같은 날 ‘글로벌 취업 캠프’를 열었다. 사전 신청자 90%가 강의에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각 대학 제공

오는 9일 필기시험을 치를 예정인 농협은행(농협중앙회 포함)이 2주뒤인 이달 23일로 필기시험 날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수험생의 안전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5일 “강행과 취소를 놓고 실무자 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수험생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농협 측은 이날 채용 홈페이지와 수험생 개별 문자를 통해 필기시험 일정을 재공지했다.

NH농협은 올해 초 농협은행 280명, 농협중앙회 30명을 뽑는 채용공고를 냈다. 서류전형을 통해 지난달 31일 필기시험 대상자 6000여 명을 발표하고 이달 9일 필기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설 연휴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각종 단체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급기야 농협 인사부도 필기시험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취업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의 필기시험 연기는 다른 기업 채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달과 다음달 초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기업은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시험, 입법 고등고시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산교통공사 등이다.

6일까지 5급 공채 지원서를 받는 인사혁신처는 당초 계획대로 필기시험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5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필기시험은 이달 29일, 9급 공무원시험 필기시험은 다음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시험 5급·7급·9급 일정이 연중 꽉 짜여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정을 연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시험 당일 수험생의 보건 안전을 위해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신분 확인을 제외하고는 시험시간에도 마스크 착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온라인 원서를 접수 중인 코레일, 전기안전공사, 부산교통공사도 당초 예정대로 채용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들 세 기관은 이번 채용에서 1662명의 대규모 인력을 뽑는다. 그만큼 지원자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레일의 지난해 하반기 채용에는 4만여 명이 지원했다. 이달 23일 필기시험이 예정된 부산교통공사는 “부산 지역에는 아직 바이러스 확진자가 나온 사례가 없어 필기시험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사내 인력 수요와 맞물려 채용일정을 연기하기 힘들다고 했다. 필기시험 응시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의무 착용해야 한다. 고사장 입실 전 응시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이상 증상 유무를 확인하기로 했다. 또 전 고사장에 보건안전센터를 설치해 응시자의 진료를 도울 예정이다.

850명을 선발할 예정인 코레일의 필기시험은 다음달 21일. 이 때문에 코레일은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신규수 코레일 인사운영처 부장은 “원서접수와 필기시험 사이에 한 달 이상의 기간이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 확산 추이를 봐가며 시험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1일 필기시험을 치르는 전기안전공사 인사담당자는 “예정대로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연초 올해 340개 공공기관이 모두 2만5653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의 채용이 3~4월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월 말 채용을 진행하는 한국전력공사는 “사태 추이를 봐가며 채용공고 시기를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