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세우는 증권사…증권업계 '메기 효과' 불러올까[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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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 승인간편결제 업체 카카오페이가 증권업에 나선다. 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와 '2030'세대를 앞세워 업계에 '메기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전망이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증권사의 신뢰도가 떨어져 카카오증권(가칭)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좁다는 지적도 나온다.
DLF·라임 사태로 상품 신뢰↓…부족한 자본 '과제'
◆1년6개월 인수 작업 종지부, 카카오페이 바로투자증권 인수금융위원회는 5일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대주주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 금융위는 카카오페이가 재무건전성, 부채비율,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등 지배구조법령상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봤다. 카카오페이가 매매대금을 내는 즉시 인수작업이 완료된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의 지분 60%를 약 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사가 중단됐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사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김 의장은 현행법상 카카오페이의 최대주주다.하지만 지난해 11월 김 의장이 2심에서 모두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카카오페이의 증권업 진출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금융위의 결정으로 1년6개월 만에 바로투자증권을 품게 됐다. 사명은 카카오증권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증권은 업계에 '메기효과'(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해 기존 사업자들이 자극을 받아 발전하는 것)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페이의 누적 가입자(2019년 8월 기준)는 3000만명에 달하고 거래대금(지난해 3분기 기준)도 12조9000억원을 넘어섰다.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은 '카카오뱅크'가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다. 2017년 7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침투해 비대면 활성화, 앱(응용프로그램) 간소화 등을 정착 시켰다. 자산도 빠르게 늘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1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순이익도 같은 기간 58억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났다.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는 20~30대 고객이 많아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카카오뱅크가 금융을 '쉽게' 접근하려고 한 것처럼 증권에도 이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면 상품 판매 등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DLF·라임 사태 등 상품 신뢰 하락…부족한 자본 '고민'
카카오증권은 카카오톡을 통해 주식·펀드·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의 시선이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부문에 돌아가 있는 동안 소홀해진 소매판매 부문을 노리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DLF,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으로 증권사 상품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 이름을 달고 증권사 상품을 판다고 해서 DLF 등 고위험상품이 예금, 적금처럼 안전한 상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얼마나 신뢰가 높은 상품을 파는지가 카카오증권의 흥행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자본도 고민이다. 증권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규모'다. 보유한 자본에 따라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달라져서다.
카카오페이의 자본금은 2018년 말 기준 1108억원, 바로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기준 601억원으로 카카오증권은 약 1700억원의 자본을 갖추게 된다. 비슷한 크기의 증권사는 리딩투자증권(1190억원) 상상인증권(1571억원) 케이프투자증권(2218억원) 정도다. 1위인 미래에셋대우(8조5523억원)과는 약 50배 차이가 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힘은 북(Book·자금운용한도)에서 나온다"며 "한 증권사 내에서도 북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따라 한 해의 사업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했다.증권사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등 전문 영역에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이송렬/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