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출마 이정현에 쏟아지는 비판 "당 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총기 흐려져"

한국당 "차라리 호남에서 전사해야"
"문재인 정권에 꽃길 깔아주나"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4일 청와대 앞에서 4·15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서울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 입춘이다. 이 지긋지긋한 겨울 공화국을 끝내는 봄이 와야 한다"며 "저는 대한민국의 봄을 알리는 전령이 되기 위해 21대 국회 총선거에 종로에서 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이 의원은 5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이 종로 후보를 내는 것은 같이 죽자는 것"이라며 "제가 문재인 정권 심판하자고 나선 사람인데 같은 심판하는 후보를 더 낸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에 그대로 꽃길 깔아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경우 이 의원이 하차할 수 있다는 일각의 이야기에는 "전혀 그럴 일이 없다. 굉장히 어렵게 선택해 (서울에)올라왔는데 이것을 방해한다면 문재인 정권을 돕자는 것"이라며 "저는 그것에 동의할 수 없고 끝까지 간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 의원 행보에 대해 한국당 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그래도 당 대표까지 지내신 분인데 총기가 흐려지신 것 같다. 당선 가능성이 있겠나. 오히려 그분이 종로에 출마함으로써 (보수 표를 갈라)문재인 정권에 꽃길을 깔아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이번 총선에서 호남에서 장렬히 전사하신다면 지역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이 추후에라도 인정을 받을 텐데 이번 출마로 그동안의 노력이 다 퇴색되게 됐다"고 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이 의원은 그동안 당선 가능성과 상관없이 험지에 출마해왔다"면서 "이 의원은 남들이 다 가능성이 없다고 비웃었던 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바 있다. 이 의원 종로 출마를 폄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19‧20대 총선에서 험지는 전남 순천시에서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순천 불출마를 선언하고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