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개입 의혹' 공소장 비공개 논란 확대…정치권도 시끌

야권 "선거개입 인정하는 건가" 맹비난…참여연대도 비판 가세
'알 권리 제한' 비판에 법무부 "공소장 공개, 법원 고유 권한" 법무부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청와대·경찰 관계자들의 범죄사실이 담긴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를 쟁점화했고, 시민단체도 공방에 가세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이 사건의 공소장 공개 여부를 놓고 회의를 열어 비공개 방침을 정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구에 대해 공소장 원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만 전달했다.

법무부에서는 종전의 관행과 달리 공소장 전문을 국회에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추 장관이 최종적으로 비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의 범죄 내용이 담긴 공소장은 국회가 법무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쳐 공개돼 왔다.

국회법상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정부와 행정기관은 10일 이내에 서류 제출 등을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달 29일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을 불구속기소 했고, 이튿날 개인정보 등을 익명 처리해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전달했다. 법무부는 엿새 동안 공소장을 국회에 내지 않다가 전날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공소장에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의 2018년 6·13 지방선거 개입 정황이 70여장에 걸쳐 자세히 담겼기 때문에 법무부가 공개를 거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4·15 총선을 약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여권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야당은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맹비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금과 같은 공소장 공개 관행이 자리 잡았는데, 문재인 정부가 뒤집었다며 사실상 선거 개입 의혹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가) 아무 잘못이 없다면 공소장을 내놓으시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해야지 숨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지은 죄가 많아서 감출 것도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전 의원도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도정치 대토론회'에서 "당연한 상식을 거부하고 무리하게 공소장 공개를 막는 것은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라고 고백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진보 시민단체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중대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국민적 관심이 크다"며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은 국회와 법률(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사"라며 "기존 관례와도 어긋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공소장은 소송 절차상 서류로서 공개 여부는 법원의 고유 권한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법원행정처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송 절차상 서류라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는 이외에는 제출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이러한 법원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는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비공개를 결정했기 때문에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찾아 고발인 자격으로 공소장 열람과 등사 신청을 하면서 법원행정처를 상대로도 공소장 공개 요청을 했다.

한국당 측은 법원에서 불허 결정이 나올 경우 불복 소송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공소장을 제출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국정농단 사건 당시 법원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공소장을 공개한 바 있다"며 "기소 이후의 사건으로서 검찰과 달리 피의사실 공표죄의 주체가 아닌 법원이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