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감염 1주일 후 폐렴 증상…이후 5일이 치료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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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최전선서 환자 치료하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를 보니 증상 발생 1주일 후부터 폐렴이 시작돼 이후 5일간 심해집니다. 증상이 시작된 지 10일 정도에 가장 심한 상태로 발전하죠. 치료 환자 대부분 비슷한 경과를 보입니다.”
5일 확진 17번 환자 치료 시작
폐렴 심했던 3번 환자 '안정적'
1번 환자와 함께 퇴원 진행할 것
완치 임박한 3번 환자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5일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환자(38·남)는 이날부터 명지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다.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3번 환자(54·남)도 이 병원에서 17일째 치료하고 있다. 의사 4명, 간호사 10명이 3교대 근무를 하며 환자를 돌본다.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두 명의 환자 모두 양호한 상태다. 3번 환자는 한때 폐렴 증상이 심해졌지만 어려운 상황은 넘긴 것으로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경과가 가장 빨랐던 2번 환자(55·남) 이후 1번 환자(35·여), 3번 환자도 차례로 퇴원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며 “증상 진행 양상이 비슷하고 환자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은 명지병원 외에 인천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서울대병원, 원광대병원, 전남대병원, 국군수도병원 등 아홉 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지난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앙임상위원회를 구축했다. 환자 치료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질환이다. 표준 진료법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치료법은 물론 퇴원 기준 등도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국 의료진의 집단지성으로 사태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은 의료 인프라 달라”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망한 환자는 5일 기준 490명에 이른다. 치사율이 2% 정도지만 의료계에서는 실제 치사율이 이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사망한 환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한국의 의료 인프라는 중국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했다.
다만 환자들의 증상보다 폐렴이 많이 진행돼 있던 것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이 이사장은 “엑스레이로 폐를 찍어 보면 폐렴이 심해 열이 39도, 40도 정도는 나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실제 환자 체온은 38.3도 정도로 크게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증상이 심하지 않더라도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 사례는 중국, 독일 등에서도 보고됐다. 논란이 되는 무증상 감염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경과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이사장은 “몸속 바이러스양이 많아 전파 가능한 수준으로 밖에 나올 수 있지만 환자는 심한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며 “무증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지나친 공포심 치료 방해”
환자를 완치 단계까지 치료한 경험이 쌓이면서 국내 의료진은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 과도한 공포심은 치료를 방해한다. 그는 “과학과 의학에 근거를 두고 전문가인 소방수들이 불을 끄고 있다”며 “호스를 잡고 물을 뿌려본 소방관들은 사태를 낙관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의료진을 믿어달라는 것이다.
매출이 40% 정도 뚝 떨어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이 이사장은 “괜찮다”고 했다. 다만 일선 의료기관 등에 진단키트는 하루빨리 보급돼야 한다고 했다. 선별진료소 등에서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을 바로 검사하고 선별할 수 있어야 국민의 공포심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임상 증례상 95% 독감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진단할 수 없다”며 “의료기관들도 과잉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