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우한 폐렴 굉장한 악영향"…예비비 3.4兆 투입

신종 코로나 대책 꺼낸 당·정

피해 본 자영업자·중소기업
국세·지방세 등 납부 연장
수출기업 세무조사도 유예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세 번째)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가 열렸다. 홍 부총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피해를 본 수출 기업과 자영업·관광업 종사자에게 세무조사 유예 등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 등이 사재기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외국으로 갖고 나가는 행위는 사전 차단한다. 우한 폐렴 대응 비용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없이 올해 목적예비비 2조원과 일반예비비 1조4000억원 등 총 3조4000억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피해 업종 기업·종사자에 세제 지원

정부는 5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관련 세정·통관 지원방안’을 확정했다. 예산 투입에 앞서 세제 지원을 통해 관련 업종 종사자의 타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근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게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경기와 고용시장이 굉장한 (악)영향을 받을 것 같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한 폐렴 사태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에 법인세(3월 확정신고)와 부가가치세(4월 예정신고) 신고·납부기한과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납부기한을 각각 최대 9개월, 1년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미 고지서가 나온 국세는 최대 9개월까지 징수를 미루고 체납 처분도 유예한다. 지원 대상은 관광·여행업, 공연관련업, 음식·숙박업, 여객운송업, 병의원 업종의 자영업자·중소기업과 확진 환자 발생 및 체류 지역의 납세자 등이다.

중국 공장 폐쇄로 자재 수급이 막혀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는 최대 1년간 담보 없이 관세 분할 납부를 허용한다. 관세조사도 우한 폐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사재기해 외국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총금액이 200만원 이상일 때만 받던 정식 수출 신고를 반출량이 1000개 이상일 경우에도 받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매점매석 행위가 의심될 때는 통관을 보류한다. 반대로 한국에 들어오는 관련 위생·의료용품과 관련 원부자재는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지원팀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추경 편성 검토 안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지원 방안을 비롯해 향후 발표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의 재원을 올해 예산에 편성된 예비비 3조4000억원을 털어 마련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는 당분간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통해 우한 폐렴 사태에 대응하다가는 관련 사업을 발굴하는 등 절차에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며 “올해가 한 달 지난 시점이어서 남은 예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추경을 편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중 2조원 규모로 편성된 목적예비비를 먼저 활용할 계획이다. 목적예비비란 재해 대응, 인건비, 환율상승에 따른 원화 부족액 보전 등 사용 목적이 정해진 일종의 ‘비상금’이다. 통상 정부는 목적예비비의 절반가량을 태풍 장마 등 예상치 못한 재난 대응에 쓴다. 작년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목적예비비 255억원을 투입해 멧돼지 울타리 설치, 포획틀 구매 등에 사용했다. 우한 폐렴이 확산돼 목적예비비가 소진되면 1조4000억원가량 배정된 일반예비비를 쓰게 된다.

성수영/오상헌 기자 syoung@hankyung.com

'우한 폐렴' 생활감염 예방법

KF80 이상 마스크 쓰고…꼼꼼히 손 씻어 '간접 접촉 전파' 막아야

기침할 때 옷소매로 코·입 가리고
불필요한 병원 방문 최대한 자제
감염 의심되면 1339로 신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차, 3차 감염 환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철저한 감염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등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는 걸러내고 과학에 근거한 예방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는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을 권고한다. 질본 관계자는 “휴지나 손수건은 잘 쓰지 않으면 침방울이 샐 수 있고 평소 휴대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며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옷소매로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입에서 침방울이 분출되는 것을 막는 게 기침예절의 핵심이다. 기침을 하면 반경 2m까지 작은 침방울이 확산돼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가 재채기를 하면 바이러스가 있는 침방울이 눈, 코, 입, 피부에 묻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의 점막에 붙으면 감염이 시작된다”고 했다.

손씻기는 간접 접촉 전파를 막는 데 필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바로 옮겨가지 않고 중간에 사물을 거쳐 전파되는 것을 간접 접촉 전파라고 한다. 김 교수는 “손잡이, 의자, 컴퓨터 등 주변 사물에 바이러스로 오염된 침방울이 묻어 있을 수 있다”며 “침방울이 묻은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되는 것”이라고 했다.

흐르는 물에 손을 적시고 비누로 30초 이상 손바닥, 손등, 손톱 밑, 손가락 사이를 비비며 씻어야 한다. 물로 씻기 어려울 때는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알코올 세정제를 들고 다니며 손을 소독해야 한다. 장갑을 착용해 손을 보호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능하면 손으로 눈, 코, 입 등을 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는데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해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면으로 된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를 쓰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0.6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하는 KF80 마스크면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KF94, KF99 등은 KF80보다 더 작은 미세입자를 잘 차단하지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기 때문에 현실적인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자기 얼굴 크기에 맞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콧대 부분을 잘 조정해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외출 시 착용했다가 실내에 들어와 벗었다면 재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타인과 대화하다가 상대방이나 자신의 침이 마스크에 많이 튀었다면 새것으로 교체한다.

물을 자주 마시면 감염병 예방이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병문안 등 불필요한 병원 방문을 최대한 자제하고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으로 보도된 장소를 다녀온 뒤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질본 콜센터(1339)나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