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과이도와 백악관 회동…마두로 정권엔 경고

국정연설 초청 이어 백악관 만남으로 과이도에 힘 실어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만났다. 전날 국정연설 '깜짝 초대'와 이번 백악관 회동을 통해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맞서는 과이도 의장에 단단히 힘을 실어줬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남쪽 뜰에서 과이도 의장을 맞았으며, 함께 기자들 앞에 선 후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로 안내했다.

둘은 오벌 오피스에서 비공개로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미 상원의 표결 직전 이뤄진 만남이었다.

과이도 의장은 이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진을 올리며 "우리의 싸움은 쟁취할 때까지"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36세 야권 지도자인 과이도 의장은 지난해 1월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 선거를 통해 연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고 나섰고, 미국을 비롯한 60여 개국이 곧바로 과이도 의장을 지지했다.

1년이 지나도록 마두로 축출에 성과를 내지 못한 과이도로서는 마두로 퇴진 운동의 새로운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해외순방 막바지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상당한 힘을 얻게 됐다.

콜롬비아, 유럽, 캐나다를 거친 이번 과이도의 해외순방 중 스위스 다보스포럼과 미국 마이애미 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성사되지 않은 바 있다. 백악관은 이번 회동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향한 미국의 약속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기회"라며 "지금의 베네수엘라 위기를 끝내고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이루기 위해 과이도 대통령과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의회 국정연설에 과이도 의장을 초청해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합법적인 대통령"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과이도 의장은 여야 의원들의 긴 기립박수를 받았다.

EFE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이도에게 영광의 1분을 선사했다"고 표현했다.

미국 정부는 과이도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마두로 정권을 향한 비난과 경고를 이어갔다.

국정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을 "불법 통치자이며 국민을 잔인하게 학대하는 폭군"이라고 표현하며 "마두로의 압제는 깨지고 부서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과이도의 백악관 방문을 앞두고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마두로 정권을 겨냥해 "후안 과이도의 귀국길에 조금이라도 해가 생긴다면 매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권이 출국 금지 상태인 과이도 의장에 대해 귀국 후 체포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를 비롯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와 거래하는 외국 에너지기업에 대한 제재 가능성도 시사하며 마두로 정권을 압박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이 만나는 오벌 오피스에 사진 취재 등이 허용될 계획이었으나 백악관 측이 별다른 설명 없이 계획을 변경해 취재진 출입을 막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P는 "과이도는 백악관을 방문하는 모든 지도자가 탐내는 한 가지를 갖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났다"며 "미국 대통령과의 오벌 오피스 사진"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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