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대한항공 경영쇄신안…'조현아 사업'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매각

▽ 대한항공 6일 이사회 개최
▽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등 자산 연내 매각 추진
▽ "이사회 독립성 강화·지배구조 투명화"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모친과 동생의 지지를 얻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일 대한항공의 경영쇄신안을 내놓으며 반격을 시작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 차단을 염두에 두고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매각을 결정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반면 '반(反) 조원태 연합(3자 동맹)'의 일원인 KCGI(강성부펀드)는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견제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중구 서소문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와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연내 매각 결정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총회 안건을 의결했다. 아울러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했다.

우선 대한항공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소재 보유 토지(3만6642㎡)와 건물(605㎡)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2월 안정성 및 수익성 향상을 달성하기 위한 ‘비전2023’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인천시 중구 을왕동 소재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6년 준공된 해양레저시설인 용유왕산마리나의 운영사로 대한항공이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 완료를 목표로 주간사 선정 및 매각공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비수익 유휴자산과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의 적극적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매각을 결정한 두 사업 모두 공교롭게도 그룹 내 호텔·레저사업에 애착을 가졌던 조 전 부사장과 관계가 있는 사업이다. 송현동 부지는 2900억원을 주고 매입해 대한항공이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돼 유휴 부지로 남아있는 곳이다. 해양레포츠 시설 왕산마리나를 운영하는 왕산레저개발은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 회항' 사건 전까지 대표를 맡은 회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꾸준히 챙긴 호텔·레저사업 부문의 주요 시설을 매각해 경영권 분쟁 이후에도 경영 복귀 가능성을 막는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고 평가했다.송현동 부지 매각의 건은 KCGI가 꾸준히 요구한 내용이란 점에서 3월 주총을 앞두고 '명분 쌓기'에 유효한 수란 분석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대한항공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사내이사인 우기홍 사장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하고, 사외이사인 김동재 이사를 신규 위원으로 선임 의결했다. 이사회는 이날 지배구조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설치를 권고하고 있는 거버넌스위원회 설치도 의결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주주가치 및 주주권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검토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거버넌스위원회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같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김 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헌장 제정,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에 사외이사 선임, 보상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제고를 위한 조치들을 시행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향후에도 기업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개선 및 사업구조 선진화 등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추가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시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화상회의(콘퍼런스콜) 방식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 수송 전세기에 동승한 후 자발적으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은 오는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경영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및 일반주주의 표심을 확보해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KCGI·반도건설 등 3자 동맹 연합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자료=한국경제 DB
이날 대한항공이 이사회 결의안을 발표하기 전 3자 동맹의 일원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현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히며 조 회장 측 견제에 나섰다.

KCGI는 '공동보유 합의에 대한 KCGI의 입장' 보도자료를 통해 "(3자 동맹의) 공동보유 합의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이 뒤늦게 새 경영 개선 방안을 내고 주주들과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주주를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아닌 거추장스러운 '외부 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경영진이 내는 방안에 진정성이나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3자 동맹은 오는 14일 전까지 주주제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맞붙는 양측은 현재 지분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졌다.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면서 조 회장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33.45% 수준으로 올라갔다. 지분 3.81%를 보유한 대한항공 우리사주조합과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주총에서 조 회장 편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3자 동맹의 지분(32.06%·의결권 기준 31.98%)을 앞선 수준이다. 이 가운데 30%를 웃도는 일반주주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3월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4.11%가량(2019년 4월 기준)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경영 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보다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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