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로 느끼는 불안'…22번 확진자 삶의 터전 술렁임 확산

나주시 산포면 마을 주민들 왕래 줄고 혁신도시도 작은 동요
사람이 발 디뎠을 공간 하나 남기지 않고 마룻바닥을 빼곡하게 덮은 신문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불안해하는 기색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사람 발길이 수일째 끊긴 실내는 미지근한 온기조차 돌지 않고 싸늘하게 식어 뜯겨나간 마스크 포장지만 나뒹굴었다.

국내 16·22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의 어머니 A씨가 다녀간 전남 나주시 산포면 한 마을 초입 경로당은 수일째 폐쇄 상태를 유지 중이다.

18번째 확진자의 외할머니이기도 한 A씨는 잠복기를 고려한 14일 동안 별다른 이상 증세 없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마을 경로당에서는 지난달 설 연휴 잔치가 열렸는데 A씨를 비롯해 여러 주민이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웃 간 돈독한 정도 나눴다.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던 경로당은 설 연휴 둘째 날 어머니 집에 모인 남매 내외 등 가족 7명 중에서 3명의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주민 왕래가 끊겼다.

나주시 등 보건당국은 잔치에 다녀간 주민이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고, A씨 며느리도 음성 판정을 받아 신종코로나가 마을로 확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다만, 주민들은 이러한 전망과 달리 언제 종식하는지 모를 신종코로나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경로당 앞을 지나 밭을 살펴보러 나가던 주민(77)은 별다른 농기구 없이 빈손으로 길을 나섰으면서도 마스크는 챙겨 썼다.

이 주민은 마을 분위기를 묻는 기자에게 "아무래도 다들 불안해한다.골목에 나다니는 사람도 없다"고 답했다.

22번 확진자는 어머니 곁에 살면서 광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틈나는 대로 농사도 지었다.
넓은 활동반경이 알려지면서 22번 확진자가 방문한 나주 혁신도시도 술렁임을 숨기지 못했다.

22번 확진자가 농산물을 납품한 지역농협 하나로마트에 입점한 카페는 신종코로나 확산 위기 때문에 이날 매장 이용객에게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있다.

드물지만 꾸준히 이어지는 마트 방문객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오후 들어 방역복을 착용한 보건 관계자가 소독 작업을 하자 쇼핑카트에 물건을 담던 손님들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해당 마트에는 이날 22번 확진자 방문 여부를 묻는 시민 전화가 종종 걸려오고 있다.

보건 당국은 22번 확진자가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는 무증상자라서 자세한 동선 공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지역농협은 22번 확진자가 다녀간 하나로마트 점포 2곳을 토요일인 8일까지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 권고에 따른 자체 결정인데 영업 손실액은 중앙회가 보상한다고 전해졌다.22번 확진자 동선이 드러나면 지역사회 불안감 때문에 잠시 문을 닫는 식당 등 상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