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막히자…리모델링 사업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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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시공 '송파 성지'재건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처음으로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강도 높은 규제로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발목잡힌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첫 사업승인
15년 지나면 리모델링 가능
송파 성지아파트, 첫 수직증축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동 성지아파트(조감도)가 지난달 22일 사업계획승인을 받고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3년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뒤 이 방식으로 최종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것은 이 단지가 최초다. 수직증축은 수평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과 달리 층수를 올리는 것이어서 까다로운 구조 안전 보강과 기술력이 요구된다.
시공사에 선정된 포스코건설은 리모델링 전담반을 만들고 조합과 함께 4년4개월간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에 대비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성지아파트는 지반이 탄탄한 곳에 있어 별도의 말뚝으로 건물의 하중을 분산시키지 않고도 증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안전성 검사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1992년 준공한 송파 성지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지상 15층에서 18층으로 높아진다. 가구수도 기존 298가구에서 340가구로 42가구 늘어난다. 전용면적은 66㎡, 84㎡에서 각각 80㎡, 103㎡로 넓어진다.리모델링으로 늘어난 42가구(전용 103㎡)는 내년 상반기에 일반분양한다. 일반분양이 30가구 이상이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성지아파트 전용 84㎡(14층)는 지난해 11월 9억7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현재 최고 12억원을 호가한다.
수평증축 방식도 잇따라
강동구에선 1호 리모델링 추진단지인 ‘둔촌현대1차’가 지난달 31일 사업승인을 받았다. 강남 4구 중형급 단지 중 첫 리모델링 사례가 될 예정이다. 준공한 지 36년 된 이 단지는 가구수 증가형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5개 동 498가구가 8개 동 572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김정기 둔촌현대1차 리모델링조합장은 “수직증축 없는 수평증축 방식으로 지난해 9월 사업계획안을 신청한 뒤 5개월 만에 승인을 받으며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이 단지 역시 일반분양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조합 측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가구당 부담금은 당초 1억4000만원 선에서 10~15%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3.3㎡당 일반분양가는 3200만원 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공사(포스코건설)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 총회를 거쳐 오는 9~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착공은 2021년 1월, 준공은 2023년 6월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인근 ‘둔촌현대2차’도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한다. 지난달 강동구에 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 단지는 리모델링 시공에 뛰어든 효성중공업의 1호 사업지다. 조합 관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24~29가구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데다 ‘둔촌주공’ 재건축단지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빨리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합을 재정비한 둔촌현대3차는 3월께 시공사와의 수의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동작구에선 지난달 11일 우성아파트 2·3차와 극동, 신동아4차 아파트 4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506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광진구 광장동 상록타워도 지난해 9월 추진위를 설립한 이후 4개월 만에 리모델링 주택조합을 결성했다. 이외에도 광장동 현대3·5단지, 용산구 도원동 삼성래미안, 송파구 가락동 가락금호, 서초구 잠원동 잠원훼미리 등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재건축보다 사업 절차 간단
리모델링은 허용 연한이 15년으로 30년인 재건축에 비해 짧다. 리모델링 조합이 소유주 75%의 동의만 얻으면 사업대지 소유권 100%를 확보하지 않아도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입주권 거래가 불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 사업은 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가 많아지다 보니 조합들이 절차가 비교적 간소한 리모델링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허란/배정철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