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과이도 만난 날, 베네수 경찰에 끌려간 미 기업 임원들

베네수 국영 PDVSA의 미 자회사 임원들, 경찰에 끌려가 행방 묘연
미국 "잔혹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 비난
베네수엘라 경찰이 수도 카라카스에서 가택 연금 중이던 미국 정유기업 임원들을 어디론가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만난 날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6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베네수엘라 비밀경찰인 국가정보원(SEBIN) 요원들이 가택 연금 중이던 시트고(Citgo) 임원들을 데려갔다.

임원의 가족들은 현재 이들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둔 시트고는 베네수엘라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1986년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에 인수됐다.

아직도 PDVSA가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권이 PDVSA에 제재를 가하면서 시트고의 수익이 모기업 PDVSA로 넘어가는 것은 차단된 상태다.

이들 임원 6명은 지난 2017년 카라카스의 PDVSA 본사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가 체포됐다. 당시 사장과 부사장 등이 포함된 6명 중 5명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이들이고, 나머지 1명은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던 상태였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들이 횡령과 돈세탁 등 비리에 연루됐다고 주장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들을 체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향해 이들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베네수엘라 법원이 이들의 가택 연금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임원들은 2년여 만에 옥살이를 마쳤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이 트럼프 정권과의 대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힘에 따라, 베네수엘라가 화해의 제스처로 임원들을 미국에 돌려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예상을 깨고 경찰이 이들을 다시 끌고 간 시점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두로의 정적 과이도 의장을 만난 지 몇 시간 후였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과이도를 마두로 대신 베네수엘라 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 중인 과이도를 국정연설과 백악관에 초대하며 힘을 실어줬다.

동시에 마두로 정권을 향해서는 경고와 압박을 이어갔다.

마두로 대통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화 요청을 묵살한 채 과이도와 보란 듯이 만난 데 앙심을 품고 임원들을 붙잡아 갔을 가능성도 있다.

사라진 임원의 가족인 알리오 삼브라노는 소셜미디어에 "그들이 안전한지 알고 싶다.

무엇보다 그들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의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임원들을 끌고 간 베네수엘라 측의 행동이 "잔혹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에이브럼스는 아울러 마두로 정권을 향해 출국 금지 상태인 과이도 의장의 안전한 귀국을 보장하라고 다시 한번 경고하는 한편, 마두로 정권의 지지 세력인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며 압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