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입금지' 없는 GS홈쇼핑 폐쇄…주민들 "동선 공개하라"

▽ 본사 로비에 열화상 2대…확진자 못 걸러내
▽ IT인력·재방송 송출인력 10~15명만 '근무'
▽ 출입금지 표시 없어 주변 시민들 본사 출입
▽ 주민들 "당국, 신속히 동선 공개하라" 요구

GS홈쇼핑이 6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3일간 직장 폐쇄에 들어갔다. 20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본사 직원인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사진 =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GS홈쇼핑이 본사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20번째 확진자로 확인되면서 국내 첫 직장 폐쇄에 돌입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영등포 도심 내 본사가 위치한터라 인근 주민과 상인들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영등포구청역이 가장 가까운 역인 탓에 확진 관련 공간 동선이 겹쳤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많았다.

◆ 로비 열화상, 확진자 못잡아…10여명만 근무

6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 GS홈쇼핑 본사 앞을 찾았다. 보통 때였으면 퇴근을 서두르는 직원들로 붐볐을 1층 로비엔 적막감만 감돌았다. 회사는 전날 오후 1시부터 직장 폐쇄에 돌입, 직원들은 오후에 모두 퇴근한 뒤였다.

텅 빈 1층 로비에는 남자 직원 1명과 열화상 카메라 두 대와 모니터뿐이었다. 이 열화상 카메라는 지난달 28일 설치됐지만, 확진자를 잡아내진 못했다. 20번째 확진자인 본사 직원은 지난달 30일까지는 본사에 출근했으나, 31일부터는 자택 격리 중이었다.

해당 직원은 지난 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재검사 결과 지난 5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해당 직원은 15번째 확진자와 가족 사이로, 같은 건물에 살면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 폐쇄 기간은 8일 오전 6시 3일 간이다. 전날 오후부터 GS샵 TV홈쇼핑 채널은 재방송이 나가면서 재방송 송출인력(주조), IT 인력 10~15명만 근무를 하고 있다. 회사는 조를 편성해 이들의 근무시간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 출입금지 표시 없어 주변 시민들 본사 출입

GS홈쇼핑 1층 로비에 열화상 카메라가 놓여있다. 해당 카메라는 지난달 28일 설치됐지만, 30일까지 근무한 20번째 확진자의 발열 증상을 잡아내진 못했다. (사진 =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GS홈쇼핑의 직장 폐쇄 결정이 내려졌지만, 평소처럼 건물을 찾는 시민들도 있었다. 건물 주변에 '출입금지' 테이프나 직장폐쇄 관련 안내문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는 길에 화장실이 급해 건물을 찾았다는 박모 씨(68·여)는 들어오자마자 보안요원에게 제지당했다. 박 씨는 "건물 밖에 '출입금지' 표시가 없어 그냥 들어왔다"면서 "출입문도 열려있는데 정말 폐쇄된 건물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본관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신관을 찾은 강모 씨(53)는 "지하에 있는 은행을 방문하러 왔다"면서 "ATM 이용 때문에 이 건물을 자주 찾는데 당분간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신관 건물 1층 로비엔 지하 1층으로 가는 방향에 빨간 차단봉만 세워져있었다.

GS홈쇼핑 본사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본사 직원들이 자주 찾는 만큼, 확진자의 동선을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GS홈쇼핑 본관 건물과 약 300m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김모 씨(43)는 "근처에 식당이나 카페가 많아 분명 나와 동선이 겹쳤을 것 같다"면서 "당국이 빨리 동선을 공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GS홈쇼핑 인근 테이크아웃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은 "평소 GS홈쇼핑 직원들이 우리 가게에 자주 온다"면서 "확진자가 우리 가게를 방문했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본사 1층 지하 은행 ATM이 있는 방향으로 차단봉이 세워져있다. (사진 =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 늑장 대응 논란…"직장정상상화 보건당국과 협의"

GS홈쇼핑은 직원이 환자로 확인된 다음날(6일) 오전에서야 사실을 알리면서 늑장 대응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본사 직원은 5일 저녁에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직 중인 500명의 직원들은 전날 출근 길에서야 재직자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회사는 지난 2일 이후 확진자와 같은 팀에 근무하는 부서원들에 대해선 14일간 재택근무를 명령한 뒤 사내엔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 또 지난 5일까지도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전날 휴업에 들어갔다.

직장폐쇄 결정도 지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날 오전 GS홈쇼핑은 사내에서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행동수칙을 배포한 뒤 건물을 소독하기로 결정했다. 직장 폐쇄는 오후 1시께 결정됐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오전에 직장폐쇄를 결정했지만, 협력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폐쇄 발표를 하기에 시간이 없었다"며 "폐쇄를 하면 재방송이나 순환방송도 나가야 하는데 재고 수량도 파악하고, 영상 편집 작업도 해야하는 등 여러 단계가 있어 바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직장폐쇄 기간 동안 재방송이 나가면서 매출엔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GS홈쇼핑에 따르면 하루 평균 TV 홈쇼핑 매출은 평일 50~60억원, 주말은 100억원 이상이다. 하루 평균 GS홈쇼핑의 방송에 나오는 업체는 20곳으로 3일이면 총 60~70군데에 달할 전망이다. 직장 폐쇄로 생방송에서 재방송으로 전환을 못한 업체는 이후에 방송을 편성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앞으로의 사태를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어린이들은 더 예민할 수 있는 만큼, 등원 관련해선 이번 주말에 더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며 "직장폐쇄 해제 관련해서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해 영등포구청과 의논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경/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