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본점도 닫았다…기업 '셧다운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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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확진자 동선 '초비상'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시작된 셧다운 공포가 국내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환자가 다녀간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잇따라 영업 중단을 결정하면서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 범위를 확대하면서 환자 수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산업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3번 환자 들러 면세점도 폐쇄
확진자 늘며 줄줄이 휴업 '충격'
우한 교민 1명 확진…총 24명
롯데백화점은 7일부터 서울 소공로 본점이 사흘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국내 23번 신종 코로나 환자(57·여)가 지난 2일 이곳을 방문한 것이 확인되면서다.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면세점과 에비뉴엘, 건너편의 영플라자도 임시 휴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이 방역을 위해 휴점하는 것은 1979년 문을 연 뒤 41년 만에 처음이다.23번 환자가 다녀간 이마트 마포공덕점도 이날 오후 2시부터 임시휴점에 들어갔다. 오는 9일까지 문을 닫고 하루 한 차례 방역 작업을 할 계획이다. GS홈쇼핑은 지난 6일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직장을 폐쇄했다.
업계에서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메르스 사태 때는 환자 상당수가 병원을 통해 감염돼 문 닫은 곳이 의료기관으로 제한됐다. 당시 한 달 넘게 문을 닫았던 삼성서울병원은 1800억원의 손실을 봤다. 반면 신종 코로나는 지역사회에서 2, 3차 감염을 발생시키며 메르스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당국은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 검사 기관을 보건소에서 민간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검사 건수를 하루 200건에서 3000건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교수는 “검사 대상이 확대되면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우한 교민 한 명이 확진판정을 받으며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24명으로 늘었다.확진자 동선따라 극장·백화점·쇼핑몰 '연쇄 폐쇄'…"안전지대가 없다"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7일 오후 2시께 “매장 문을 닫는다”는 긴급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23번째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였다.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면세점 명동본점도 문을 닫았다. 휴업은 9일까지다. 사흘 휴업은 1979년 소공동 ‘롯데타운’이 생긴 이후 처음이다. 임시 휴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은 최대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마트 마포점도 휴업에 들어갔다.
마트 면세점 극장 백화점 사옥 등 신종 코로나로 인한 휴업과 폐쇄의 공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이마트는 이번이 세 번째 휴업폐쇄는 확진자들이 다녀간 대규모 유통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매장을 동시에 문 닫게 한 23번 환자는 중국 우한에서 서울로 입국한 뒤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던 중국인 여성이다. 지난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입국했다. 이마트 마포점에는 지난 2일 오후 2시20분부터 두 시간가량 머물렀다.
이마트가 신종 코로나로 휴업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8번 환자가 다녀간 전북 군산점과 12·14번 환자 부부가 방문한 부천점은 이달 초 문을 닫았다가 지난 2일과 3일 각각 영업을 재개했다.
유통업계에선 대형마트 매장 한 곳당 하루 평균 매출을 3억~4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를 근거로 이마트가 휴업으로 인해 본 매출 손실은 20억원가량으로 예상된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도 지난 6일부터 임시 휴업 상태다. 19번 환자가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은 뒤 방역을 진행했다.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도 23번 환자가 열흘간 투숙한 것으로 확인돼 이날부터 16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 객실 예약도 16일까지 받지 않는다. 이에 앞서 GS홈쇼핑은 6일 오후부터 아예 본사 문을 닫았다. 15번 환자가 근무 중인 직원으로 판명 났기 때문이다. 회사는 비상이 걸렸다. 홈쇼핑 고객뿐 아니라 직원과 인근 지역주민들도 크게 불안해 하고 있다. 8일부터 직장 폐쇄는 풀지만 당장 정상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잠복기인 2주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 손실 기하급수로 늘어
소비자와의 접촉이 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호텔 등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이미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 등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환자 방문이 확인되면 매장 문까지 닫아야 한다. 환자가 늘면 늘수록 대규모 매장에 다녀갔을 가능성 또한 훨씬 커진다.환자 확산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란 예상도 있어 기업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부터는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절차가 바뀌었다.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신종 코로나 유행국을 다녀온 사람이 발열, 기침 등 의심 증상을 보이면 의사로부터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종 코로나 여부를 6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유전자증폭(PCR) 검사법도 이날부터 전국 50여 개 민간 병원에 도입됐다. 이는 검사 의뢰가 늘어나고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지는 효과가 있다. 확진자 발생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사를 강화하고 사례 정의를 확대하다 보면 확진 환자가 더 증가할 것”이란 게 보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휴업 기간 딜레마도
휴업에 들어간 기업들의 고민은 또 있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휴업 기간을 얼마로 해야 할지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신종 코로나 환자 방문이 확인되면 기업들은 우선 문을 닫고 방역을 한다. 이후 대체로 2~3일간 휴업한 뒤 영업을 재개한다. 길게는 닷새간 닫은 곳도 있었다. 인체 외부로 나간 바이러스는 10분 이내에 대부분 죽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길게는 4~5일간 살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역 보건소 등에 문의했지만 방역 이후 얼마간 닫아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없어 다른 사업장 휴업 사례를 참조했다”며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 다른 관계자도 “하루만 쉬어도 매출 손실이 큰데 며칠씩 휴업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다”며 “다만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최소 이틀 이상 휴업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지현/안재광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