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소개팅에서 '~씨' 호칭이 개념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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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소개팅할 때 '~씨' 호칭 쓰지 않나요?"
최근 지인의 소개로 연상 남성과 만남을 갖게 된 A씨는 상대방으로부터 호칭 사용을 지적 당한 사연을 온라인에 공개했다.약속을 잡고 소개팅 자리에 나간 A씨는 상대방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소개팅남이 A씨에게 어떠한 호칭도 없이 이름만 부르며 존댓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인데 아무 호칭도 없이 이름만 부르는 게 실례가 아닌가 싶었지만 본인 특유의 말투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A씨는 '~씨' 호칭을 사용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씨가 뭐냐. 선배가 부르는 줄 알았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씨는 아랫사람을 부를 때 쓰는 것"이라며 '오빠' 호칭을 사용하라고 했다. 소개팅남은 "모를 땐 '~님' 호칭을 써야한다"면서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씨라고 하면 바로 욕먹는데"라고 지적했다.
A씨는 황당했지만 너무 당당한 소개팅남의 태도에 대꾸조차 하기 싫어졌다. 그는 "회사에서는 당연히 직함을 붙여서 부르고, 후배한테도 '~님' 호칭을 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씨' 호칭을 썼다는 이유로 개념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길 가다 뺨 맞은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러는 본인은 왜 이름만 부르는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려 든다", "'~씨'는 상호 존중하는 표현 아닌가", "오빠 소리가 듣고 싶었던 듯", "처음 만났는데 '~님'이 더 어색할 것 같은데", "왜 자기 생각을 강요하려 하는지", "사회생활을 잘못 배운 케이스", "대체 '~씨'가 아랫사람 대할 때 쓰는 거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거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씨' 호칭은 정말 아랫사람을 대하는 말일까? 국립국어원은 '씨'를 "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공식적·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방송 매체에서는 '~씨'라고 지칭하는 것이 "시청자나 청취자가 소개 받는 이보다 윗사람일 수 있기 때문에 무방한 표현"이라면서도 "연로한 초청 인사인 경우에는 직함이 있으면 직함을 붙여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결국 '~씨'라는 표현에는 상대를 높여 부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긴 하나, 사회 통념상 동등한 위치 혹은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호칭은 관계의 성향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많은 이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국내의 많은 기업에서도 수평적인 사내문화 정착을 위한 방법으로 '호칭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주로 매니저, 님, 프로, 파트너, PL(프로젝트리더), 영어 이름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씨' 사용을 권장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평문화를 위한 다양한 호칭이 등장하기 전 대부분 상향 호칭에서는 '직책+님'을 사용했고, 하향 호칭에서는 '~씨' 등으로 불렀다. 회사 차원에서 호칭을 정립하는 곳이 많이 등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 같은 표현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씨'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으로 여러 오해를 낳고 있기도 하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루고 전문가 조언도 들어봅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최근 지인의 소개로 연상 남성과 만남을 갖게 된 A씨는 상대방으로부터 호칭 사용을 지적 당한 사연을 온라인에 공개했다.약속을 잡고 소개팅 자리에 나간 A씨는 상대방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소개팅남이 A씨에게 어떠한 호칭도 없이 이름만 부르며 존댓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인데 아무 호칭도 없이 이름만 부르는 게 실례가 아닌가 싶었지만 본인 특유의 말투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A씨는 '~씨' 호칭을 사용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씨가 뭐냐. 선배가 부르는 줄 알았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씨는 아랫사람을 부를 때 쓰는 것"이라며 '오빠' 호칭을 사용하라고 했다. 소개팅남은 "모를 땐 '~님' 호칭을 써야한다"면서 "회사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씨라고 하면 바로 욕먹는데"라고 지적했다.
A씨는 황당했지만 너무 당당한 소개팅남의 태도에 대꾸조차 하기 싫어졌다. 그는 "회사에서는 당연히 직함을 붙여서 부르고, 후배한테도 '~님' 호칭을 쓴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씨' 호칭을 썼다는 이유로 개념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길 가다 뺨 맞은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러는 본인은 왜 이름만 부르는 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려 든다", "'~씨'는 상호 존중하는 표현 아닌가", "오빠 소리가 듣고 싶었던 듯", "처음 만났는데 '~님'이 더 어색할 것 같은데", "왜 자기 생각을 강요하려 하는지", "사회생활을 잘못 배운 케이스", "대체 '~씨'가 아랫사람 대할 때 쓰는 거라는 말은 어디서 나온거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씨' 호칭은 정말 아랫사람을 대하는 말일까? 국립국어원은 '씨'를 "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공식적·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방송 매체에서는 '~씨'라고 지칭하는 것이 "시청자나 청취자가 소개 받는 이보다 윗사람일 수 있기 때문에 무방한 표현"이라면서도 "연로한 초청 인사인 경우에는 직함이 있으면 직함을 붙여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결국 '~씨'라는 표현에는 상대를 높여 부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긴 하나, 사회 통념상 동등한 위치 혹은 아랫사람을 부르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호칭은 관계의 성향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많은 이들에게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국내의 많은 기업에서도 수평적인 사내문화 정착을 위한 방법으로 '호칭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주로 매니저, 님, 프로, 파트너, PL(프로젝트리더), 영어 이름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씨' 사용을 권장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수평문화를 위한 다양한 호칭이 등장하기 전 대부분 상향 호칭에서는 '직책+님'을 사용했고, 하향 호칭에서는 '~씨' 등으로 불렀다. 회사 차원에서 호칭을 정립하는 곳이 많이 등장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 같은 표현은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씨'에 대한 해석도 제각각으로 여러 오해를 낳고 있기도 하다.※[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루고 전문가 조언도 들어봅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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